최근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사이의 2조원에 육박하는 인수합병 결정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재벌 그룹 간 빅딜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상황과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염두에 둔 자발적 결정이라는 점에서 외환위기 당시의 빅딜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러나 기업의 인수합병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경영 기법의 하나이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대내외 경제 여건에서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확보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재계 1위 삼성과 10위 한화 그룹 사이의 이번 인수합병은 시사하는 점이 결코 적지 않다.
우선 재벌 기업들이 과거처럼 경쟁력도 없이 남들이 하는 사업 부문에 진출하여 기업의 수익성과 존립을 위협당하는 형태의 경영에서 벗어나 효율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경쟁력 강화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삼성으로 보아서는 경쟁력을 확신할 수 없는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분야에서 철수하면서 향후 다른 주요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였다. 한화 입장에서는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분야에서 업계 1위로 올라서는 효과를 달성하였다.
셋째, 지분구조의 단순화 효과이다. 한국 재벌 기업집단의 소유 지배구조는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다. 이는 재벌 소유자와 그 친인척들이 기업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적지 않은 불공정과 비효율의 원인이 되어 왔다. 이번 거래를 통하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자, 금융, 건설 부문, 이부진 사장은 호텔과 상사 부문, 이서현 사장은 패션과 광고 부문에 집중하게 됨에 따라 소유 지배구조가 상당히 단순해졌다. 개선된 소유 지배구조는 복잡한 소유 지배구조로 인한 비용을 줄이고 기업의 핵심 역량에 자원을 투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독과점 방지 및 공정거래 정책에 대한 시사점이다. 각 기업들이 서로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하여 사업 맞교환 및 인수합병을 수행하면 자연히 몇몇 분야의 독과점 현상이 높아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공정거래를 해치고 그로 인한 비용을 경제주체에게 부담시킨다. 따라서 정부로선 기업들 간의 자생적인 인수합병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기업 간 인수합병에 따른 독과점과 불공정거래의 폐해를 줄이는 시스템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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