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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삼성ㆍ한화간 빅딜에 담긴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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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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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말 닥친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5대 재벌 사이의 사업교환, 이른바 빅딜이 이뤄졌다. 외환위기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문어발식 경영' '선단식 경영'으로 불리는 방만 경영이라는 인식에 따라 재벌 기업들의 중복투자를 줄여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빅딜은 1998년 12월7일 대통령이 주재한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반강제적으로 합의되었고, 정부의 강한 압박 속에 타율적으로 진행되었다.

최근 삼성그룹과 한화그룹 사이의 2조원에 육박하는 인수합병 결정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규모가 큰 재벌 그룹 간 빅딜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상황과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염두에 둔 자발적 결정이라는 점에서 외환위기 당시의 빅딜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사실 기업을 사고파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정서상 그리 익숙하지 않다. 물건이 아닌 기업, 더구나 기업은 많은 사람들의 생활 터전이기 때문에 이를 사고판다는 생각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의 인수합병은 2010년 811건을 기록한 후 지난해 400건으로 매년 감소했다. 거래대금 기준으로도 2010년 520억달러에서 지난해 330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그러나 기업의 인수합병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경영 기법의 하나이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대내외 경제 여건에서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확보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재계 1위 삼성과 10위 한화 그룹 사이의 이번 인수합병은 시사하는 점이 결코 적지 않다.

우선 재벌 기업들이 과거처럼 경쟁력도 없이 남들이 하는 사업 부문에 진출하여 기업의 수익성과 존립을 위협당하는 형태의 경영에서 벗어나 효율성과 수익성을 추구하는 경쟁력 강화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삼성으로 보아서는 경쟁력을 확신할 수 없는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분야에서 철수하면서 향후 다른 주요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하였다. 한화 입장에서는 방위산업과 석유화학 분야에서 업계 1위로 올라서는 효과를 달성하였다.
둘째, 재벌 기업들이 지나치게 해당 기업집단의 고유성에 집착하는 문화를 극복하고 경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사례를 제시한 점이다. 지금까지 한국적인 기업 풍토에서는 다른 재벌 기업집단 소속 기업과의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향후 서로 다른 재벌기업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모델이 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셋째, 지분구조의 단순화 효과이다. 한국 재벌 기업집단의 소유 지배구조는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다. 이는 재벌 소유자와 그 친인척들이 기업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적지 않은 불공정과 비효율의 원인이 되어 왔다. 이번 거래를 통하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자, 금융, 건설 부문, 이부진 사장은 호텔과 상사 부문, 이서현 사장은 패션과 광고 부문에 집중하게 됨에 따라 소유 지배구조가 상당히 단순해졌다. 개선된 소유 지배구조는 복잡한 소유 지배구조로 인한 비용을 줄이고 기업의 핵심 역량에 자원을 투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독과점 방지 및 공정거래 정책에 대한 시사점이다. 각 기업들이 서로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하여 사업 맞교환 및 인수합병을 수행하면 자연히 몇몇 분야의 독과점 현상이 높아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공정거래를 해치고 그로 인한 비용을 경제주체에게 부담시킨다. 따라서 정부로선 기업들 간의 자생적인 인수합병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기업 간 인수합병에 따른 독과점과 불공정거래의 폐해를 줄이는 시스템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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