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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핀테크' 사업 시큰둥한 이유…규제 발목 잡아

최종수정 2014.12.15 10:45 기사입력 2014.12.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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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인증서 의무화·개인정보 공유 제한·금산분리' 규제 발목
-"카드 인프라 잘 돼 있어 새 기술 불필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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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금융당국이 핀테크(Financial+Technology) 산업 발전을 위해 주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정보기술(IT)력은 세계 최고를 자랑하지만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100대 핀테크(Fintech) 기업 중 국내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 최근 미국 페이팔과 중국 알리페이 등 글로벌 결제서비스가 세계 금융시장을 선점하고 국내까지 침범하려 들자 정부는 부랴부랴 핀테크 기업 키우기에 나섰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핀테크 혁명을 주도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고 할 만큼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의 반응은 아직까지 시큰둥하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 및 보험업 성장률은 전년대비 -5.8%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국내총생산·GDP) 3.7%, 제조업 성장률 4.5% 보다 한참 뒤처진 수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종 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한국 금융업 성장률은 경제성장률 아래로 떨어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업 경쟁률 약화는 규제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이 꼽은 3대 규제는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 개인정보 공유 제한, 금산분리 등이다.
성종화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비금융 IT업체가 간편결제 서비스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입하지 않았던 것은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규정에 묶여 반쪽짜리 간편결제만으로는 경제적 실익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천송이코트 이슈'를 계기로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규제가 폐지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30만원 이상 결제시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인인증서는 보안성이라는 장점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액티브엑스(Active X)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특히 북미, 유럽, 오세아니아 등은 웹브라우저를 인터넷익스플로러(IE)가 아닌 구글의 크롬(Chrome)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액티브엑스는 IE에서만 설치가 가능해 다른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는 국가에서는 한국의 쇼핑몰이 알리페이, 페이팔 등 글로벌 결제 서비스를 연동하지 않는 한 한국의 쇼핑몰에서 직접 구매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인인증서 탓에 금융권은 새로운 핀테크에 대한 수요가 없었다.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필요한 본인 확인은 공인인증서를 통해서만 가능했기 때문에 공인인증서 외에 '간편결제'가 가능한 다른 수단을 고안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은행과 카드사들은 텔레뱅킹이나 모바일뱅킹처럼 획일적인 서비스를 도입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중국은 땅덩이가 넓어 은행지점에 가거나 직접 물건을 사는 일이 어렵지만 우리나라는 비교적 은행 점포수가 많고 카드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는 편이라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 새로운 기술 도입이 불필요했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를 공유할 수 없어 실제로 미국 핀테크 기업 'Mint.com'에서 개발한 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이 국내에서 상용화 될 수 없었던 사례가 있다. 해당 기업이 만든 앱은 소비자가 갖고 있는 모든 금융계좌와 신용카드 정보 등을 종합해 자산상황을 종합적으로 알려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비금융기관에서 신용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이다.

허지성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미국은 사전에 정해져 있는 바운더리에서 명시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사후처벌을 실시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쓰여 있는 부분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방식이기 때문에 핀테크 기업이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면서 "개인정보 관련 법 규정도 미국에 비해 굉장히 엄격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규제가 폐지되고 결제대행업체(PG사)가 신용카드 정보를 직접 저장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핀테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책임소재의 민감함 때문이다. 사고가 나면 누가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지 못 한다는 것이다. 지난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금융당국은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여줬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과거와 달리 대표이사 해임이라는 강력한 징계로 책임을 물었다. 페이팔, 알리페이와 같은 전자결제업체들이 예전부터 카드정보를 제공받아 사용하기 간편한 글로벌 결제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처럼 금융당국의 불확실한 징계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성장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도 시급한 문제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알리바바 같은 경우 전자상거래 업체인데 금융에 진출했고 미국의 애플은 전자모바일기기 제조회사인데 금융에 진출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산업 자본이 금융 산업에 진출하지 못 하도록 하는 금산분리법을 시행하고 있어 이 같은 일이 불가능한데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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