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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수능'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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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B 평균 60점 예측, '물수능' 비난 과연 옳은가…최상위권 수험생 비명만 부각…"중위권 수학 포기 않고 공교육 정상화 기여" 주장도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영어와 수학B 영역에서 만점자가 속출하는 등 '역대 최악의 물수능'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적잖은 교사들과 교육 전문가들은 '물수능'으로 보는 것부터가 문제라면서 오히려 쉬운 수능이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수능 비판'이 있었던 해의 다음 연도에는 교육당국이 난이도 조절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내년에는 시험이 매우 어려운 '불수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물수능'이었다는 분석에 대해서부터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즉 모든 학교와 학생에 해당하지 않는 얘기라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최수일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의대 지망생을 비롯한 최상위권층의 변별력이 낮아졌다고 해서 거의 모든 고3 학생들이 치르는 국가대입시험인 수능의 난이도를 '물'이라고 평가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너무 쉬웠다기보다는 예년에 비해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일 뿐이며 '물수능'이라는 표현은 소수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교육칼럼니스트이자 현직 중학교 교사인 권재원 교육학 박사는 "전체 수험생 중 이른바 '인 서울'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비율은 겨우 7~9% 이내"라며 "그 7~9% 안의 변별력이 낮아졌다고 '물수능'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전국수학교사모임 회장인 이동흔 숭문고 교사도 "일반고등학교에서 느끼는 난이도는 이번 수능이 '물수학'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며 "너무 쉬웠다는 건 일부 특목고나 최상위권 재수생이 편중된 만점자들 기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많은 학생들이 포기하는 과목인 수학이 비교적 쉽게 출제된 것은 오히려 공교육 현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쉬운 수능' 기조에 따라 모의평가도 함께 쉬워지면서 모의평가 때 점수 상승을 경험한 중위권 학생들이 '공부하면 성적이 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수학을 포기해버리지 않았다고 얘기하는 현장 교사들이 많다.
최 대표는 "이는 '수능'이 평가 자체로 기능할 뿐 아니라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라며 "과거 시험이 어려웠을 때는 5등급이 등급상으로는 '중간'이지만 해당 점수로는 터무니없이 낮았다"고 지적했다. 1~2등급 분포가 헐겁게 퍼져 있는 것만을 변별력 있다고 말하고, 5~9등급은 빽빽해 구분조차 가지 않는 것을 '고른' 분포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동흔 교사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쉬운 수능 기조는 학생들이 고교 3년간 '수능 문제풀이'만 하는 데서 벗어나, 고등학교 교과과정의 수학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는 수능의 성격을 좀 더 분명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권 박사는 "근본적으로 현행 수능이 대학에서 수학할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인지, 서열화된 대학에 들어갈 아이들의 순위를 매기는 시험인지 불분명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SAT 같은 경우 다른 나라에서도 입학 자격으로 인정될 만큼 하나의 '기준'이 되는데, 우리나라 수능은 무엇을 위한 시험인지부터가 정립되지 않아 매년 난이도가 널뛰기한다는 것이다. 권 박사는 "물이냐 불이냐 해마다 말이 많다는 것 자체가 수능의 정체성에 대한 연구가 너무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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