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富 산유국→소비국 이동
지난 10여년 동안 유가 강세가 이어지면서 주요 산유국들은 오일머니로 미국 국채에서부터 회사채, 주식, 부동산까지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왔다.
선진국의 양적완화에다 풍부한 오일머니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유동성 확대, 자산 가격 상승, 차입 비용 하락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세계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 덕이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지난 6월 중순 이후 40% 급락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프랑스 은행 BNP파리바는 내년까지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안팎에 머물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풀 오일머니는 지난 3년 평균 대비 3160억달러(약 353조원) 줄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 은행들 모임인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2012년 미 국채와 회사채, 주식시장으로 흘러든 OPEC의 오일머니는 5000억달러다. IIF는 평균 유가가 배럴당 78달러에 머물면 이것이 10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돈 풀던 OPEC가 유동성을 축소하는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세계 금융시장을 떠받치던 기둥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유가 하락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득실을 정확히 수치화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름값 급락에 따른 소비증진이 오일머니의 유동성 축소로 상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유국 국부펀드들이 채권 투자의 큰손인 점을 감안하면 국채시장 위축도 예상해볼 수 있다.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오일머니 축소를 부(富)의 재분배 면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스위스은행 UBS의 조지 매그너스 경제 고문은 "세계의 부가 산유국에서 일본 같은 소비국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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