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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 국고보조금’…안 썩은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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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자체 작년 지원금만 50조, 예산 14% 차지…쌈짓돈 인식이 문제, 소액 횡령도 많아 수사 어려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혜영 기자]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병원 소속 영양사·조리사를 고용하지 않고 허위 등재한 뒤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50억원 상당의 식대가산금을 속여서 가로챈 위탁급식업체 임직원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병원장과 직원 등 21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보증 하에 시중은행이 서민에게 대출해주는 전세자금 77억원 상당을 속여서 가로챈 113명을 적발해 20명을 구속기소했다.
#전주 덕진경찰서는 '초저상 시내버스' 구입보조금을 지급받아 버스구입 대금을 지불한 것처럼 정산 처리한 뒤 다른 용도로 보조금 13억 9000만원을 횡령한 버스업체 대표 1명을 적발했다.

검찰과 경찰이 3일 발표한 국고보조금 비리 실태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민 혈세로 충당하는 국고보조금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뒷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민간단체나 개인사업자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무상 지원하는 보조금은 50조를 넘는다. 국가 예산의 14%를 차지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해 8월 국가보조금 부정수급 비리에 대한 공조 수사체계를 구축한 뒤 12월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수사의 효율화를 위해 검찰은 고액 보조금 사업자, 경찰은 소액 부정수급자 위주로 수사했다. 적발된 국고보조금은 3119억원에 달했다.
국가보조금이 지급되는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부실과 비리가 드러났다. 먼저 챙기는 사람이 임자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적발된 규모는 3119억원으로 나타났지만 관리·감독 기관이나 관계부처가 국고보조금 전수 조사에 나설 경우 부정수급 규모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이번에 적발된 규모는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는 셈이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장유식 소장은 "국가보조금 규모가 50조원을 넘어서면서 구조적으로 비리를 해결해야 할 중요한 단계에 와 있다"면서 "투명성 제고, 공직기강 바로 세우기, 철저한 감사 등 보다 큰 틀에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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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적발된 비리의 대표 유형을 보면 보건·복지 분야는 병원 요양·의료비를 속여서 가로채거나 대안학교 교재대금 보조금을 속여서 가로챈 사건이 적발된 것을 들 수 있다. 고용 분야에선 고령자 정년연장 지원금 부정수급과 직업능력개발 보조금을 속여서 가로챈 사례가 드러났다.

농수축산분야에선 축사시설 현대화사업 보조금을 속여서 가로채거나 저온저장고 신축 보조금을 속여서 가로챘다가 적발됐다. 연구·개발분야에선 방송통신융합산업 육성 정부출연금 횡령 사건이 드러났고 교통·에너지 분야에서는 화물차 유가보조금이나 선박 유류세 보조금을 속여서 가로챘다가 적발됐다. 신도시 개발지구 분묘 보상금이나 씨름대회 보조금을 속여서 가로챈 사례도 적발됐다.

국가보조금 문제는 수사당국이 지속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소액 다수의 횡령 사범이 많은 점도 수사만으로는 처벌이 어려운 요인이다.

재경지역의 한 검사는 "국고보조금을 속여서 가로채는 수법이 날로 정교해지고 지급 범위가 광범위 하다는 점에서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행정기관이 지급 단계에서부터 이를 제대로 관리하고 '보조금=쌈짓돈'이라는 만연한 인식을 없애기 위해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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