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엔 수능 뉴스가 없다?…재불작가 목수정이 바라보는 한국 교육
올가을부터 어린이 교양지 '고래가 그랬어' 필진으로 참여…비정상적 경쟁으로 '질투심' 체질화하는 한국…엄마 조바심이 아이를 억압…"오늘 행복한 아이가 내일도 행복해"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목수정은 하나로 수식하기 곤란한 '월경(越境)탐닉자'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으로 공기업을 다니다 대학로로 건너와 연극기획자가 됐다. 외환위기 때, 문 닫는 극장들을 보면서 '자본'을 우선으로 한 서열에서 가장 먼저 내쳐지는 문화의 가치를 세상에 설득하고자 프랑스로 떠난다. 그곳에서 딸을 낳은 뒤 한국에 돌아와 진보 정당의 정책연구원으로 일했다. 지금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가, 번역가, 칼럼니스트, 문화정책 연구자 등으로 '경계를 넘어서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양 월간지 '고래가 그랬어'에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화 현상을 설명하는 글을 연재하고 있다.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목수정 작가는 지난해 스테판 에셀의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를 번역하면서, 스스로 행복하지 않은 부모는 결코 자식의 행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되새겼다고 한다. '교육열'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삶을 자식 뒷바라지에 쏟아붓는 한국 부모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목 작가는 "스테판 에셀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은 어머니인데, 어머니가 그를 공들여 키워서라기보다는 어머니 스스로 아주 행복하게 살았기 때문"이라며 "그의 어머니는 '행복한 사람이 돼서 다른 사람들과 그 행복을 나누는 것이 너의 의무'라는 것만을 가르쳤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대여섯 명쯤 되는 정통 가톨릭 집안의 여성을 제외하고는 '자발적 가정주부'를 찾기 힘들단다. 육아가 여성의 사회생활을 가로막지 않게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는 데다, 엄마들이 자신과 아이의 삶을 분리해 육아와 교육에 매달리지 않기 때문이다.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프랑스 부모들에 공통적인 건 자신의 교육관에 확신이 있다는 점이에요. 남들이 어떻게 키우나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지 않은 건 엄마의 불안과 조바심이라고 하잖아요. 한국 사회는 '롤모델'에 대한 강박에서도 볼 수 있듯 자신만의 철학보다는 타인의 시선, 트렌드에 너무 민감한 것 같습니다."
목 작가는 매일 밤, 아홉 살 난 딸에게 '오늘 행복했어?'라고 묻는다. 어른이든 아이든,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희생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도 다시 한 번, 우리가 '매일' 행복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아직 오지 않은 날의 '성공'을 위해 '고진감래'라는 말로 현재의 고통을 감수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에 없는 것, '질투'와 '수능 뉴스'= 목 작가가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넘어올 때마다 느끼는 생경한 기운 중 하나가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질투심'이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거의 모든 가치가 '서열화'돼 있다는 데 주목했다. 남을 이겨 살아남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과 공포가 경쟁 구도를 격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나보다 위에 있는 상대'에 대한 질투심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질투라는 감정이 '내가 내 이익을 찾는 데 마땅히 필요한 심리적 기제'라고 인식되는 듯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프랑스에서는 사회적인 시기심을 거의 찾아볼 수 없어요. 물론 집단이 충돌하는 상황이 없지 않지만, 그런 상황을 야기한 건 '정부'이며 따져야 할 대상도 '정부'라는 데 모두가 동의합니다. '나는 이런데, 너는 왜 그런 혜택을 받느냐'라든가 '우리 집단이 너희 집단보다 불리하다'는 식으로 서로를 질투해 반목하지는 않아요."
프랑스 사회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건 사회 시스템이 특정 집단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대전제에 구성원들이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한국 사회에는 '순위'나 '서열'에 무게를 두는 문화가 여전하고 이러한 비정상적 경쟁구도를 방치하는 사회 시스템이 개인에게 ('질투'와 같은)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목 작가는 "최근 파장을 일으킨 수능 오류 논란도 이 맥락에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대입시험은 일주일간 실시되는데, 올해의 경우 철도파업과 겹쳤어요. 이를 언론이 어떻게 다룰까 궁금했는데, 실시간으로 뉴스가 쏟아지는 한국의 수능시험일과 비교하면 너무 조용히 지나갔습니다. 파업 때문에 시험장에 늦게 도착한 학생들에게는 2시간씩 시간을 더 줬는데요, 다른 학생의 답안지를 몇초만 늦게 걷어도 큰일이 나는 한국의 시험장과 비교하면 매우 낯선 풍경이죠."
◆어린이들에게 '문화'를 선물하기= 목 작가는 올가을부터 '고래가 그랬어'가 기획한 '아삭아삭 민주주의 학교'의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아이들이 듣고 싶어 할 만한 언어로 풀어내는 점이 쉽지 않다"면서도 "세월호의 비극을 잊지 않기 위해 교육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는 출판사의 기획 의도에 공감해 필진으로 뛰어들게 됐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한글과 백범 김구 선생의 이야기부터 아메리카 인디언,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아이들과 만날 계획이다.
아이들이 문화와 예술을 접하는 태도도 한국과 프랑스는 많이 다르다. 그의 딸이 다니는 파리의 학교는 그 지역의 콘서바토리(conservatory, 도제식 교육을 통해 예술가를 길러내는 교육기관)와 연계해 원하는 학생에게 악기를 가르친다. 딸은 클라리넷을 선택했는데, 음악 쪽으로 진로를 정할 생각은 아직 없다. 목 작가는 "클라리넷을 배우는 건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 하나를 더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딸은 클라리넷을 익힌 후로 마을 장터에서 제3세계의 전통악기를 보면 관심을 갖고 이를 자연스럽게 다루기도 한단다. 클라리넷이라는 악기 하나로 열린 감성이 다른 영역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것이다. 프랑스 교육은 특정한 목표가 아니라 이 '과정'을 지향한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공교육 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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