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공간가치는 사람에게서" 네덜란드 디자이너의 철학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디자인의 가치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 일반인들을 바보로 만들면 안 된다."
세계적인 그래픽디자이너 미셸 드보어(60)는 디자인 작업에서 '리서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로고나 글꼴이 탄생하기 이전에, 디자인을 사용하는 이들의 생각과 사회적 환경을 살펴야 '진정한 공공성'을 발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공공디자인 국제심포지엄'에 발제자로 참여한 그는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의 시각 디자인, 아모레퍼시픽의 무료 글꼴, 한국 도로교통표지판 작업 등을 통해 이미 한국과 인연이 많은 디자이너다.
미셸 드보어는 정부 차원이든, 상업적인든 간에 '디자인은 공공을 위한 것'이라고 확신했다. "요즘 정부는 기업이 바라보는 시각처럼 소비자의 니즈를 살펴보고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염두에 두면서, 두 영역이 서로 함께 배우고 있다. 이는 디자인에서도 적용된다."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동안 그가 진행한 네덜란드 정부이미지 통합작업(Government Identity·GI)은 신호체계와 표지판, 출판물, 디지털 전달도구, 홍보 기념품, 증명서와 출입증 등 다양하게 적용됐다. 사자가 방패를 들고 있는 모습의 네덜란드의 오래된 문장(紋章)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탈바꿈한 것도 한 사례다. 미셸 드보어는 "GI는 한 나라의 전통뿐만 아니라 미래도 담고 있어야 한다"며 "정부 상징은 국민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고 대외적으로는 상업 브랜드처럼 국가를 효율적으로 팔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정신도시의 시각 이미지를 구성하는 글꼴과 로고, 색깔 등 브랜드 캐릭터라이즈 작업을 두고 "아직 생기지 않은 도시를 어떻게 접근해 나갈지 고민했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이나 일하는 사람들, 또는 방문자들의 의견을 묻는 워크숍을 진행했었다"고 회상했다. 요즘 총괄을 맡아 진행 중인 홍콩 옛 카이탁 공항 주변의 '거리네이밍'에 대해서도 "어떤 사업을 제안 받을 때, 전문가들을 배치해 역할을 주는 그런 방식은 절대적으로 피한다. 도시와 마을의 가치를 살리는 것은 바로 그곳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미셸 드보어는 상하이에도 디자인 학교를 세울 만큼 아시아 지역 도시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유럽은 많은 부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이다. 반면 아시아는 다양한 문화와 철학, 언어, 습관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섞여서 더 좋은 가치를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했다.
서울의 도시풍경과 관련, 그는 "서울은 시각적 노이즈가 아직은 심한 편이다. 간판 등 수많은 홍보물들이 한꺼번에 있으니까 제대로 보이는 게 없는 것 같다"며 "최근 지어진 건축물은 그래도 주제가 살아 있고 여유있는 디자인들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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