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업과 거리 먼 분야도 과감히 투자…적극적 M&A로 성공안착 노하우 축적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한화그룹의 성장배경에는 기업 인수합병(M&A)이 있다. 그간 한화의 M&A 역사를 보면 불경기 속에서도 규모를 키워 내실을 다지는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때로는 기존 사업분야와 무관한 곳에 뛰어들 때도 M&A를 통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취임한 1981년 이후 M&A에는 속도가 붙었다. 그룹의 주력사업인 석유화학업체 한화케미칼을 인수한 게 김 회장 취임 바로 다음 해다. 당시 다우케미칼은 제2차 오일쇼크로 인해 글로벌 석유화학 경기가 크게 위축되자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을 매각하기로 했다. PVC를 생산하고 있던 한화는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한양화학 인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으나 당시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 경기가 좋지 않아 그룹 내부에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김 회장은 향후 석유화학 시장이 커질 것으로 확신하고 인수를 밀어붙였다. 한화는 두 회사를 인수하고 10대 그룹에 편입됐다. 1980년까지 7300억원 수준이던 그룹의 매출액은 1984년 2조15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후 유통ㆍ레저 등 기존 사업분야와는 거리가 먼 분야까지 사세를 넓혔다. 1985년 정아그룹, 이듬해 한양유통을 인수해 현재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갤러리아로 키워냈다. 정아그룹은 당시 리조트업계의 선두주자로 꼽혔으나 무리한 확장과 관리부실로 파산했다. 한화그룹에 편입된 후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이후 종합레저기업으로 거듭났다. 한양유통 역시 인수 당시 적자기업이었으나 4년 만에 매출액을 2배 수준인 2100억원으로 늘렸다. 한화갤러리아가 2000년에 인수한 동양백화점은 인수 전 3년간 적자상태였으나 이후 갤러리아타임월드로 이름을 바꿔 대전지역 1위 백화점이 됐다.
그러나 당시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맥쿼리에 인수자금을 빌려주고 허위로 참여케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이후 6년여간 대법원과 국제상사중재위원회까지 거치면서 잘못이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 이후 한화그룹은 2008년 제일화재해상보험(현 한화손해보험), 같은 해 새누리상호저축은행(현 한화저축은행), 2010년 푸르덴셜투자증권 등 금융회사를 잇따라 사들였다.
가장 최근에 인수한 큐셀(현 한화큐셀) 역시 인수 당시 적자가 4600억원에 공장가동률은 30%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한화그룹에 편입된 이듬해 바로 흑자를 내는 알짜기업으로 변했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 등 신흥시장의 태양광시장 성장속도가 과거에 비해 더뎌지고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 더 의미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는 앞서 2010년 인수한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와 함께 글로벌 태양광업계 3위수준까지 도약했다.
좋지 않은 기억도 있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 참여 등 때로는 무리한 M&A 행보에 대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양해각서까지 맺었지만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겹치면서 인수금액을 마련하지 못해 이행보증금 3000억여원을 날리기도 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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