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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그들은 왜 수능을 거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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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온 나라의 이목이 대입 수학능력시험에 쏠리던 어제, 세 명의 청소년이 '수능 거부'를 선언했다. 2교시 수학시험이 시작되는 오전 10시30분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이 주최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들은 그간 '대학을 거부하고 행복하게 살 자신이 있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아왔다고 말했다. 여기에 그들은 대답했다. "우리는 단지 대학을 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대입에 담긴 이 사회의 경쟁 논리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거부했다기보다는 '포기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청소년들이 인터넷에 모여들고 있었다. '포기 각서 쓰고 집으로 왔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집에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해마다 대입이 '국가적으로' 치러진다. 정원 미달에 허덕이는 부실대학이 늘고 학령인구는 준다는데, 대입을 향한 레이스의 살벌함은 외려 심해지는 듯하다. 대학을 나와도 먹고살기 힘든 세상에서 '대학조차' 나오지 않으면 그야말로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두려움, 그래서 '더욱더 좋은 대학'을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수능을 거부한 이들은 레이스 '이탈'의 변(辨)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너의 탓이라고 하는 세상을 향해, 누군가는 살아남지 못하는 그런 '구조'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자 한다"고.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일단 대학에 가라'는 목표를 정해주고, 안 그럴 거면 너의 '거창한' 꿈을 증명해보이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능출제본부가 제공하는 실시간 브리핑을 들으며 출제경향과 난이도 분석에 열을 올리던 기자의 눈에 인터넷 댓글 하나가 들어왔다. "언론에서 수능에 대해 더 이상 이렇게 난리치지 않는 날이 오면, 그때 국내 교육이 정상화된 걸로 봐도 되겠다." '과열'의 대열에서 문득, 이 대열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투명가방끈 청소년들에게 올해도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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