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서는 거부했다기보다는 '포기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청소년들이 인터넷에 모여들고 있었다. '포기 각서 쓰고 집으로 왔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집에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수능을 거부한 이들은 레이스 '이탈'의 변(辨)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것은 너의 탓이라고 하는 세상을 향해, 누군가는 살아남지 못하는 그런 '구조'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자 한다"고.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에게 '일단 대학에 가라'는 목표를 정해주고, 안 그럴 거면 너의 '거창한' 꿈을 증명해보이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뜻이다.
수능출제본부가 제공하는 실시간 브리핑을 들으며 출제경향과 난이도 분석에 열을 올리던 기자의 눈에 인터넷 댓글 하나가 들어왔다. "언론에서 수능에 대해 더 이상 이렇게 난리치지 않는 날이 오면, 그때 국내 교육이 정상화된 걸로 봐도 되겠다." '과열'의 대열에서 문득, 이 대열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투명가방끈 청소년들에게 올해도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