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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전설이 된 농구천재 '신동파'의 숨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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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기자 허진석이 캐낸 비하인드 스토리…'신동파'를 통해 들여다본 1960년대

득점기계 신동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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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지난 9월 LG전자는 필리핀에서 프로농구를 활용해 제품 홍보에 나섰다. 필리핀에서는 농구가 국민 스포츠로, 그 인기가 유달리 뜨겁다. LG전자는 필리핀의 최고 인기팀을 초청해 친선 경기를 펼치고, 경기장 내 별도의 부스를 이용해 제품을 소개했다. 일종의 스포츠 마케팅인 셈이다. 이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원조 농구 한류스타'인 신동파(70) 전 농구 국가대표의 시투다. 1960~1970년대 최고의 슈터로, 당시 필리핀에서 '농구의 신'으로 추앙받았던 신동파 선수가 코트에 등장하자 함성과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간 '득점기계 신동파'에서는 우리 아버지 시대의 '마이클 조던'이었던 선수 신동파에 대한 다채로운 기록들을 담고 있다. 특히 저자가 직접 체험한 에피소드를 듣고 있노라면 앞서 필리핀에서의 신동파 선수의 인기가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우연히 저자가 필리핀 선원들과 농구 시합을 하게 됐을 때의 일이다. 슛을 성공시킬 때마다 이 선원들이 '신동파'를 외치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한국인이라고 놀리는 줄 알았던 저자는 후에 신동파라는 이름이 필리핀에서 '복'이나 '행운', '만사형통'을 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때의 강렬했던 기억이 후에 신동파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됐다.
원래 야구선수가 꿈이었던 빼빼마른 소년 신동파는 휘문중학교 재학 시절 처음으로 농구를 접하게 됐다. 농구의 기본기조차 익히지 못한 초보였지만 한겨울의 추위에도 "손이 얼어 터질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연습에 임하면서 기량을 쌓아나갔다. 그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1960년대 후반부터 은퇴하던 1974년까지 한 번도 주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특히 1969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필리핀을 상대로 50득점을 기록하며 승리로 이끈 경기는 지금까지도 전설로 남아있다. 이 때의 활약으로 신동파는 필리핀에서 농구 영웅의 대접을 받게 됐다. 이듬해인 1970년 유고 세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책 곳곳에 삽입된 신문기사와 다양한 인터뷰는 당시 그의 활약상을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특히 신동파 선수가 직접 증언한 대목들이 인상적인데, "농구로 큰 돈을 만진 건 없지만 국가대표라는 자부심만으로 운동에 올인했다. 돈에 크게 좌우되는 요즘 젊은 선수들 보면서 착잡할 때가 있다"고 한 인터뷰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일반 관중들이라면 몰랐을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1970년 방콕 아시안게임 당시 농구 선수들과 축구 선수들이 '세기의 술대결'을 펼친 대목은 마치 영화 '라쇼몽'을 보는 듯하다.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선수들이나 감독들의 증언은 조금씩 엇갈린다. 그도 그럴 것이 승리를 자축하며 주거니받거니하며 펼쳤던 대결의 전말을 온정신으로 기억한 인물이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신동파 선수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우리나라 농구의 역사는 물론이고 1960~70년대 시대적 풍경에 대한 이야기로까지 가지를 뻗는다. 장충체육관이 처음 만들어지던 때의 모습이나 농구 경기를 극장에서 관람해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단지 옛날을 기억하는 이야기책이나 흔해빠진 평전이 아니라 역사·문화적 담론으로 충만한 인문저술"로서 읽을거리가 풍부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전작 '아메리칸 바스켓볼'에서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최초의 미국인 코치였던 찰리 마콘과 제프 고스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던 저자는 이번에는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던 전설 '신동파'를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다. "신동파라는 이름은 필리핀 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도 여전히 현재의 이름이어야 한다. 그로 인하여 현재와 미래를 말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득점기계 신동파 / 허진석 / 글누림 / 1만8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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