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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사업 주민동의 ‘官의 사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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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 법조타운 일부 ‘대리서명’…삼척 원전 찬성명부도 위조 논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경남 거창군은 전체 군민 47%에 이르는 2만9000여명의 서명이 담긴 '법조타운' 주민찬성 서명부를 2011년 3월 법무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법조타운 유치위원회'가 받은 찬성서명부 절반 이상이 날조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거창군은 절반까지는 아니지만 일부 '대리서명'이 있었다는 점은 시인했다.
  
#삼척시와 삼척시원자력산업유치협의회는 2011년 5월 삼척시 유권자 96.9%에 이르는 5만6000여명 서명이 담긴 '삼척 원전' 유치서명부를 국회에 제출했다. 3년 만에 서명부 실태를 확인한 결과, 동일인 일괄 서명 사례를 비롯해 주소와 생년월일이 빠져 있는 서명부, 서명 대신 동그라미(○)만 표시한 서명부가 나오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원자력발전소, 교정시설 등 '국책사업' 유치과정에서 주민동의가 사실상 '눈속임'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정부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주민들 간의 갈등, 예산 낭비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책사업 주민동의를 둘러싼 문제점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법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다. 거창군 '법조타운'은 그럴듯한 이름과는 달리 사실상 교정시설(거창구치소) 신축 계획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반발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설 유치의 명분이 된 '주민동의'가 허위·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거창군도 이 점을 시인했다.

거창군 관계자는 "일부 대리서명한 것이 있다"면서 "농촌에서는 어르신들이 글씨를 몰라서 그런(대리서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치반대 주민들은 "서명부의 절반 이상이 날조됐다"면서 거창군수 등을 공문서 위·변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삼척시에서는 최근 민간 기구 중심으로 주민투표가 실시됐는데 2011년 찬성서명부와는 상반된 투표결과가 나왔다. '삼척 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관리위원회'의 지난 9일 주민투표는 삼척시 유권자 6만600여명 중 4만2400여명이 등록했다.

등록유권자 중 68%인 2만8800여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원전유치 반대가 85%로 나타났다. 주민들의 의사가 왜 이렇게 상반되게 나타났는지를 둘러싸고 의문이 제기된 상황에서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감춰져 있던 2011년 찬성 서명부를 3년 만에 찾아 분석해 보니 대리, 중복, 위조 서명 등 의혹이 일부 확인됐다. 원전반대 주민들은 전임 시장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삼척과 거창과 같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러 국책사업들이 주민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이 같은 '주민 의사 조작' 행위가 거의 관행처럼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 공식이 있다. 우선 지역 관변단체를 통해 각종 위원회를 만들고 거리에 '찬성 현수막'을 곳곳에 내건다. 주민동의를 구한다면서 서명을 받는데 이 과정에서 대리서명, 허위서명 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체도 모호한 주민 찬성명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여되는 국책사업 추진의 명분이 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처럼 유치서명부 결과와 주민 다수의 실제 뜻이 다를 경우 찬반 논란이 심화되면서 지역사회 분열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국책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강원 소장은 "국가시설 건립 과정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는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여론을 수렴하고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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