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두다리가 고아들의 버팀목 되길"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66세의 마라토너 우헌기(사진)씨. 환갑을 넘긴 나이에 마라톤에 입문한 늦깎이다. 체력이 달리는 이 노쇠한 마라토너가 달리는 이유가 뭉클하다. 그는 아시아 고아들을 돕기 위해 다음 달 3일 아르헨티나 북부 안데스산맥 고산지대에서 열리는 '뿌나 잉카 트레일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한다.
"항상 도전하며 보람차게 살면서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유산을 남기고 싶다. 고아들을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뜻을 가슴에 품고 잉카 트레일을 달리겠다."
잉카 트레일은 옛 잉카 제국 구석구석을 잇는 교역로로 우씨는 일주일 동안 해발 2700~4400m에 자리 잡은 사막 200㎞를 완주해야 한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 막히는 고산지대를 시속 6㎞의 속도로 뛰어야 한다.
지난 4년간 사하라사막, 애리조나사막, 나미브사막에서 열린 극지 사막 마라톤을 완주한 베테랑이지만 이번 도전 역시 쉽지 않은 코스다. 네팔과 파키스탄 트레킹 중 고산병으로 크게 고생한 경험은 이번 도전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이기는 것이 도전의 시작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더욱 굳게 먹었다." 우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9월9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남한산성을 달렸고 양재천과 탄천을 뛰었다. 경희대 체육대학의 저압 저산소 트레이닝 센터에서 고도 2000~5000m의 환경에 맞춰 특별훈련을 하기도 했다. 비 맞고 달리다가 감기로 앓아눕기도 했다.
무역회사를 운영하던 우씨는 2011년 마라톤을 시작했다. 회사를 경영하다 그만두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궁리하다가 '도전'과 '나눔'이란 키워드에 꽂혔다. 두 가지를 결합한 것이 우씨에게는 마라톤이었다.
1㎞를 달릴 때마다 학교 동창, 회사 동료 등 지인들로부터 성금 100원씩을 모금했다. 이렇게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올해 파키스탄 북부에 고아원을 지었다. 오는 29일엔 그가 만든 '아름다운 유산재단'이 출범한다. 개인 인맥에 기댄 자선활동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중앙아시아 아동을 위한 교육사업을 시작하자는 취지로 설립한 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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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먹이고 재워주는 단계를 넘어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학생들과 함께 준비해 내년 여름 파키스탄에서 첫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체력이 허락하는 한 계속 사막을 달리면서 나눔을 실천하겠다고 밝힌 그는 또래인 5060세대에게 "갑자기 은퇴를 하고 뭘 해야 할지 막막해들 해서 참 안타깝다. 가끔 삶을 정리하면서 후손들에게 조금이나마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쪽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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