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배경이 의문이다.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해외시장의 수출 대금 회수가 늦어지면서 자금난에 빠졌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석연치 않다. 모뉴엘의 재무구조는 법정관리에 들어갈 정도로 나쁜 편이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영업이익 1104억원, 당기순이익 601억원에 부채비율도 177%로 높지 않다. 금융권에서도 별다른 부실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금융회사들이 큰 돈을 대주고도 이번 사태에 캄캄한 것은 문제다. 대출심사도, 사후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IBK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금융권 대출액만도 6100억원에 달한다. 무역보험공사도 3300억원가량을 보증섰다. 모뉴엘 협력사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자회사인 잘만테크 투자자의 손실도 불가피하다. 모뉴엘 경영진은 사태의 실상을 밝히고 수습에 나서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벤처기업의 성공 사례로 꼽혀온 모뉴엘의 몰락은 안타까운 일이다. 벤처 생태계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더 그렇다. 기술력이 있어도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없이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강소기업들이 실패하지 않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어야 한다. 정부와 업계는 모뉴엘 좌초를 교훈삼아 한국 벤처산업의 현주소를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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