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자산 300조원의 금융그룹을 이끌어 갈 윤 내정자 앞에 과제는 쌓였고 어깨는 무겁다. 갈등으로 갈라지고 비리로 얼룩진 그룹 내부를 수습하고 조직을 안정시켜야 한다. 경영을 정상화하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리딩뱅크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할 책무도 안고 있다.
윤 내정자는 낙하산 인사 때와 무엇이 다른지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독립성을 확보하고 합리적인 후계 시스템과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게 그 첫 번째다. 내부에서 유능한 경영인을 키워 자연스럽게 행장, 회장에 오르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낙하산을 근본적으로 막아낼 수 있다. 과거 출신 은행을 따지는 내부 폐습을 일소하고 조직을 용광로처럼 녹여 일체화해야 KB금융은 거듭날 수 있다.
낙후한 한국의 금융산업을 끌어올릴 책무도 있다. 국내은행끼리 좁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 경영을 탈피해 세계 금융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은행 편중에서 벗어나 각 계열사를 경쟁력 있는 금융기업으로 키우고 다양한 금융기법과 심사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선두 금융그룹의 역할이며 KB금융의 영광을 되찾는 길이다. 첫 내부 출신 회장이 짊어진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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