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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제로의 테크유토피아가 온다"‥리프킨의 불길한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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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리프킨 '한계비용 제로 사회'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등으로 유명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사회'라는 저술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다. 이는 전통적 시장경제주의자들에게는 불길한 예언일 수 있다. 그러나 미래사회 전망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숱한 영감과 사유을 불러 일으킨다.

리프킨은 공유경제 모델과 사물인터넷 생산성이 산업자본주의를 대체할 것이라는 대담한 의견을 내놓는다. P2P경제와 인터넷상의 사회적 실천으로 에너지, 물류, 물적 생산이 공유됨에 따라 새로운 '협력주의자'들이 등장해 현재의 경제 시스템을 퇴장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늘날의 비관과 사회적 불안에 맞서 21세기적 패러다임으로 발전해 갈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리프킨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무수히 많다.
실례로 2012∼2013년 새 '에이비엔비' 서비스를 이용해 뉴욕시 소재의 아파트와 주택에 숙박한 사람은 41만6000여명이다. 이 수치는 같은 기간 뉴욕 호텔업계가 1박 기준으로 100만개의 객실을 채우지 못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교환가치가 갈수록 협력적 공유사회의 '공유가치'로 대체된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 사회에도 세어하우스가 등장, '따로 똑같이' 개인과 집단이 선택적 공존을 추구하는 주거 형태가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에너지, 통신 등은 물론 클라우드 펀딩을 통한 문화생산 및 향유에서도 더욱 폭넓게 전개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소유권과 접근권의 개념 전환이 이뤄질수록 시장경제는 쇠퇴하게 된다. 공유경제는 결과적으로 자원 소비 감소, 지구 온난화의 대응책이 되기도 한다.

리프킨은 "역사속 거대 경제혁명은 결국 인프라혁명"이라고 강조한다. 즉 사물인터넷 인프라 확대로 시장경제와 공유사회의 양면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생성, 추가 고용을 일으키고 다시 인프라 투자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승수효과를 창출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경제혁명의 주체는 새로운 공유가치로 무장한 '협력주의자'다. 가령 여러 개인과 스타트업기업들은 저렴한 재활용 플라스틱이나 폐지, 지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원료들을 이용해 제로 수준의 한계 비용으로 3D 프린팅 제품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3D 프린터라는 신기술에 열광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조차 미래를 변화시킬 차세대 신기술로 지목한 바 있다. 각국도 기술력 확보에 경쟁이 치열하다. 3D 프린터는 기술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각 개인들도 생산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3D 프린터가 가져올 제조혁명에 대한 예측은 상상을 블허한다. 3D 프린터로 작은 나노 물체부터 각종 전자 제품, 집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총기와 마약류까지 만들어낸다. 출판계도 3D 프린터에 대한 서적으로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누구나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사업자가 될 수 있다.
리프킨은 2020년께 이렇게 제작된 3D 프린팅 제품을 무인 전기차나 연료전지 차량을 이용해 협력적 공유사회에 참여하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사물인터넷(통합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사물을 모든 사람과 연결한 인터넷) 플랫폼 덕분에 수백만 소규모 사업자, 사회적 기업과 개인들이 수평적 경제를 확립하고, 중개인들을 배제시킬 것이라고 설파한다. 이를 리프킨은 3차 산업혁명으로 간주한다. 2025년께는 사물인터넷혁명의 영향력이 글로벌경제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예측이다.

물론 무인헬기, 3D 프린터, 원격관제, 클라우드, 스마트그리드, 헬스케어 등 수많은 기술들이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미래가 더욱 불안해졌다고 여긴다. 기술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정보 양극화가 심화돼 그 효용을 누리지 못하고, 이들이 수행하는 노동력 대체로 인간이 기계와 싸워야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반면 리프킨은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리프킨은 전 세계적으로 공유경제에 대한 실험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현재 미국인의 40%가 협력적 공유경제에 참여하고 있다. 3D 프린팅 외에도 소셜미디어 사이트나 온라인 동호회, 협동조합을 통해 수많은 것들을 나누고 있다. 이제 사물인터넷이 생산, 유통에 들어가는 한계 비용을 낮추고 있으며, 각 개인들도 자신이 구상하는 상품을 언제든지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즉 대량생산체제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대자본의 역할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개인과 소규모 사업자의 협력이 양극화와 사회불안의 그늘을 걷어낼 지, 리프킨의 예견이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리프킨의 전망에는 기술 발전 혜택을 많은 사람이 누리게 하면서 창의력 등 인간 고유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 시스템과 제도적 장치를 개선해 가는 노력이 동반돼야 가능하다. 거래, 커뮤니케이션 등에 수반되는 비용을 줄인다고 해서 근본적 변화가 일어날 수는 없다. 결국 대범한 이론도 정치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동시에 요구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제러미 리프킨이 지난 40여년간 주장해온 내용을 집대성한 미래전망서다. 그가 제시한 테크 유토피아의 비전은 인류가 서로 돕고, 협력하는 과정, 즉 휴머니티한 대안으로 평가할만하다. <제러미 리프킨 지음/안진환 옮김/민음사 출간/값 2만5000원>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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