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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불타다 남은 돌' 운석…부랴부랴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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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30일부터 '운석 등록제' 시행

▲진주에서는 올해들어 운석이 계속 발견됐다. 네 번째로 발견된 운석. 무게는 20.9kg이다.[사진제공=경상대학교]

▲진주에서는 올해들어 운석이 계속 발견됐다. 네 번째로 발견된 운석. 무게는 20.9kg이다.[사진제공=경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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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우리나라에서는 운석을 운석이라 부르지 못한다. 운석을 '문화재'라 불러야 한다. 지난 3월 진주에서 '불타다 남은 돌'인 운석이 발견되면서 우리나라 우주과학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 어떤 잣대도 관련 규정도 없었기 때문에 정부는 '부랴부랴' 대응으로 일관했다. 당연히 혼란의 극치를 보였다.

관련 규정이 없다보니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존의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을 적용했고 '운석은 문화재'로 탈바꿈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지는 '돌덩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유성(meteor)과 운석(meteorite)이다. 유성은 '별똥별' 혹은 '불타는 돌'로 우주 공간의 작은 먼지 알갱이들이 지구로 떨어질 때 대기와 엄청난 마찰 때문에 밝은 빛을 나타내는 것을 일컫는다. 이때 유성의 낙하속도는 초속 10~20㎞에 이른다.

유성은 불에 타 없어지기 때문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반면 운석은 '불타고 남은 돌'이다. 흔적을 남긴다. 지구 밖에서 지구 중력에 의해 지구로 떨어지면서 대부분 불에 타 없어지는데 몇몇 경우에는 '타다 만 돌'이 떨어지는데 이것이 운석이다. 운석은 우주와 행성 등의 기원이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에 상당한 학술 가치가 있다.
지난 3월 경남 진주에 운석이 발견됐다. 크기가 그동안 우리나라에 발견된 것 중의 최대였다. 운석의 존재 자체와 학술적 가치보다는 '값어치'에만 관심이 집중됐다 몇 억~몇 백억원이라느니…. 이 정도 크기면 '로또'라느니. 이후 '운석 사냥꾼'까지 생겨났고 진주에는 외부 사람들로 들끓었다.

◆운석 등록제 시행=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미래창조과학부가 나섰다. 미래부는 30일 국내 운석 발견을 계기로 귀중한 우주 연구자산인 운석을 국가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운석 등록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운석의 가치 보존과 학술적 활용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등록 대상은 국내에서 발견된 운석과 국외에서 국내로 반입된 운석이다. 운석 소유자가 미래부 장관(등록기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게 자율적으로 등록을 신청하면 해당 운석에 대해 검증절차를 거쳐 운석 여부 확인 후 등록이 결정(운석등록인증서 발급)된다. 강제사항은 아니다. 운석 관련 정보 변경이 있을 때 소유자는 해당 이력사항을 등록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운석 등록 신청은 30일부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홈페이지(www.kigam.re.kr) 통해 가능하다.

미래부 우주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강제사항이 아닌 자율 등록제인데 등록하면 운석 여부를 전문기관에서 결정해 주는 만큼 운석 소유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내에 운석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국가 통계가 없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동안 관리 자체가 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진주운석'과 韓 우주과학의 현주소=진주 운석은 현재 최초 발견자 소유로 돼 있다. 운석의 값어치를 두고 정부와 최초 발견자의 합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얼마에 사겠다고 하는 정부와 이 만큼의 금액이 필요하다고 하는 발견자의 의견이 맞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우주정책과 천문학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운석이 발견되면 진위여부를 가리고 이를 통해 학술적 연구를 수행하고 우주 기원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운석의 값어치를 두고 정부가 어느 정도의 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잣대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초 진주 운석 발견자가 국외 구매자와 합의만 된다면 국외로 반출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국외 반출에 대한 마땅한 법률적 근거를 찾지 못한 정부는 허둥댔다. 그렇게 해서 적용된 법률이 문화재보호법이다. 운석이 '문화재'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문화재보호법 60조에는 '일반동산문화재 수출 등의 금지' 조항을 담고 있다. 이 조항은 "관련 법에 따라 지정 또는 등록되지 아니한 문화재 중 동산에 속하는 문화재(이하 '일반동산문화재'라 한다)에 관해서는 국보, 보물, 천연기념물 또는 중요민속문화재는 국외로 수출하거나 반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동산문화재에 운석이 어떻게 포함되는 것일까. 문화재보호법 어디에도 운석이라는 말은 없다. 정부는 이에 문화재보호법 2조를 들고 나왔다. 2조 ①항의 3에는 '기념물'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기념물에는 첫째 절터, 옛무덤, 조개무덤, 성터, 궁터, 가마터, 유물포함층 등의 사적지(史蹟地)와 특별히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로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것. 둘째 경치 좋은 곳으로서 예술적 가치가 크고 경관이 뛰어난 것. 셋째 동물(그 서식지, 번식지, 도래지를 포함한다), 식물(그 자생지를 포함한다), 지형, 지질, 광물, 동굴, 생물학적 생성물 또는 특별한 자연현상으로서 역사적·경관적 또는 학술적 가치가 큰 것 등이라고 적고 있다.

이에 따라 운석은 문화재보호법 2조 ①항의 3의 '기념물'에서 세 번째로 규정하고 있는 지질, 광물에 속한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런 정부의 대응에 따라 '진주운석'은 국외 반출이 불가능한 '일반동산문화재'로 탈바꿈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운석에 대한 관련 법률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개정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각국들의 운석 관리는 모두 다르다. 다만 인도와 호주, 덴마크 등은 운석이 떨어지면 무조건 국가 소유로 하고 있다.

진주운석을 둘러싸고 한바탕 난리 법석이 일었다. '불타고 남은 돌'인 운석과 관련해 규정 법률은 물론 아무런 잣대가 없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대응하다보니 혼란이 커졌다. 우리나라에서 운석은 학술적 가치와 그 기원을 탐구하기 전에 '법조문과 관련 유권해석' 등에 따른 조항을 먼저 읽어야 한다. 이런 척박한 상황이니 하늘에서 운석이 또 떨어진들 우리나라 우주과학의 발전은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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