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공주 공산성 지하에서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한 대형 목제 건축물인 '목곽고(木槨庫)'가 최초로 확인됐다. 또한 백제 유적지에서는 처음으로 말안장 뒤쪽에 세워 기를 꽂는 용도의 깃대꽂이도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화재청·충청남도·공주시·공주대학교박물관은 공주 공산성 백제 왕궁 부속시설 발굴조사를 지난 2008년부터 연차적으로 진행 중이다. 7차 발굴조사에 들어간 올해 부속시설 영역 중앙부에 해당하는 곳을 조사한 결과 건물지군과 도로, 배수로, 저수시설, 축대 등이 기능과 위계에 따라 구획돼 있는 점을 확인, 이 같은 유물들을 발굴했다.
그동안 백제 유적에서 목곽고는 대전 월평동 산성, 부여 사비도성 내에서도 발굴됐지만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하단의 바닥과 50cm 내외 높이의 벽면만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이번 공산성 목곽고는 상부 구조까지 확인할 수 있는 최초의 목조 건축물이다.
목곽고 내부에서는 복숭아씨와 박씨가 다량 출토됐으며 무게를 재는 석제 추와 생활용품인 칠기, 목제 망치 등의 공구도 수습됐다. 석제 추는 원형으로 중앙에 고리가 있으며, 무게는 36g이다. 칠기는 목재를 가공해 만든 것으로, 표면에 옻칠이 칠해져 있다. 원통형의 나무 망치는 너비가 19cm이고, 손잡이 길이는 15.5cm로 간단하게 휴대할 수 있는 것으로, 목재를 결구할 때 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최초로 발굴된 백제 말안장 깃대꽂이=건물지 북쪽의 저수시설에서는 완전한 형태의 철제 갑옷, 옻칠이 된 마갑(馬甲), 철제 마면주(말의 얼굴 부분을 감싸는 도구), 마탁(馬鐸, 말갖춤에 매다는 방울)과 함께 대도(大刀), 장식도(裝飾刀), 다량의 화살촉, 철모(鐵牟), 각종 철판 외에 다양한 기종의 목제 칠기도 다수 수습됐다. 저수지 주변 건물지 대부분이 대단위 화재로 폐기돼있는 정황을 고려하면 660년을 전후한 백제 멸망기 나·당연합군과의 전쟁과 같은 상황이 공산성 내에서 전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지난 2011년 발굴 당시 저수시설에서는 ‘정관19년(貞觀十九年, 645년)’이 적힌 옻칠 갑옷과 말갑옷이 나와 주목을 끈 바 있다. 또한 올해 저수시설 발굴조사에서도 ‘?軍事’ ‘○作陪戎副’ ‘○人二行左’ ‘近趙○’(‘참군사’ ‘○작배융부’ ‘○인이행좌’ ‘근조○’) 등 20여 자의 명문이 적힌 옻칠 갑옷이 출토됐다. 앞으로 명문 판독을 통해 유물의 역사적 성격이 명확해질 전망이다.
또한 주목되는 것은 말안장 뒤쪽에 세워 기를 꽂는 용도의 깃대꽂이다. 백제 유적지에서는 최초로 발견된 유물이다. 깃대꽂이는 철로 만들어졌으며, 약 60cm의 크기로 S자 모양(巳行)으로 구부러져 있다. 삼국 시대 깃대꽂이는 가야는 합천의 옥전고분에서 실물이 발견됐으며, 고구려는 쌍영총과 삼실총 벽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백제 깃대꽂이는 서산 여미리 출토 토기 문양으로만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유물은 백제 기승(騎乘)문화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로 여겨지고 있다.
발굴단은 제60회 백제문화제가 진행되는 오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발굴조사 현장을 방문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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