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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학가까지 점령한 '관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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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 '전문경력인사초빙활용지원사업', 관피아 노후 보장 자리 비판 불구 올해 예산 더 늘어...민간 전문가 활용 취지와 달리 지원대상의 90% 공직 출신 치우쳐

단독[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오는 연말 퇴임을 앞둔 공기업 임원 A씨는 내년부터 대학교 강의를 하고 싶어 동분서주 중이다. 학위는 있지만 전문성·경력이 없어 대학 강의를 할 실력은 안 된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희망은 있다. 정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이 실시하는 '전문경력인사초빙활용지원 사업'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부터 월급을 받으면서 대학에 가서 2~3년간 초빙교수 자격으로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업이다. 당초 과학기술자, 고위 전문 경력자들이 대상이었지만 실제론 A씨처럼 '낙하산'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연구재단의 '전문경력인사초빙활용지원사업'이 민간 전문가 활용을 위한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실제론 관피아들의 '노후보장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국회 등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관련 예산을 더 늘렸을 뿐만 아니라 90% 이상이 정부·공공기관·공기업 고위직 인사로 채워지는 현실이 여전하다. 이 사업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이 1994년부터 연구개발 경험이 풍부한 고급과학기술자와 사회 주요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고위 전문 경력자들을 대상으로 퇴직 후 대학 강의 및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25일 한국연구재단과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3년까지 14년간 '전문경력인사초빙활용지원' 사업 예산 지원 규모는 1366명, 1120억원. 연구장려금 명목으로 월 300만원가량씩 최대 3년간 지급됐다.

문제는 지원 대상이 민간 전문가들이 아닌 정부 고위 공직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지원받은 1366명을 출신 경력으로 구분해 보면 정부 행정기관 출신이 931명으로 68.1%이며 군 장성 출신도 223명(16.3%)이나 됐다. 반면 순수 연구자, 산업계 고위 경력자 등 과학기술계 고위 전문 경력자는 단 212명(15.5%)에 그쳤다. 올해 대학에서 실제 강의를 한 지원 대상 114건 중에서도 17건만 민간 출신일 뿐 나머지 97건은 정부 또는 공공기관·공기업 등에서 내려온 이였다.

인원 수가 아닌 예산 지원 액수로 따질 경우는 편중이 더 심했다. 행정기관 출신이 지원받은 예산은 전체 1170억원 중 96%인 1120억원(96%)이나 됐고, 과학기술계 고위 전문경력자가 지원받은 액수는 47억원(4%)에 그쳤다.
이 같은 편중은 한국연구재단의 자체 지침도 어긴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은 자체 지침을 통해 특정 경력별 인사에 대한 각각의 지원 비율이 전체의 15%를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고 과학기술계 인사의 선정 비율을 50% 이상으로 하도록 해놓고 있다.

국정감사 등에서도 이 제도가 고위공직자들의 노후 보장과 전관 예우를 위해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었다. 안 그래도 민간인들에 비해 훨씬 많은 금액을 연금으로 받고 있는 정부 고위 공직 출신 퇴직자들에게 세금을 들여 특혜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아랑곳없이 오히려 매년 지원 대상 숫자와 예산을 늘려가고 있다. 지원 대상자 수는 2000년 47명에서 2013년 137명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고 올해는 142명으로 더 늘어났다. 예산도 지난해 111억300만원에서 올해 114억6700만원으로 늘렸다.

대학·학생들의 평가도 좋지 않은 편이다. 실제 최근 서울 한 공립대에서 강의를 했던 지원대상 B씨는 갑자기 일신상의 이유로 강의를 중단했다. 알고 보니 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법정 구속됐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이 대학 관계자는 "전문경력직 초빙교수들은 아무래도 대학 강의가 전업이 아니다 보니 차이가 난다"라며 "수업 결손도 잦고 현장 경험이나 노하우보다는 잡담으로 수업 시간을 때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의 재취업 제한 움직임에 따라 이 사업의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각 대학들도 학교 인지도 상승과 정부 상대 로비를 위해 '관피아'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직자는 "사업 지원 희망자가 대학 쪽과 사전에 협의해서 강의를 개설한 후 재단에 신청해 지원 여부를 결정받게 되는데, 대부분 학생·교수들의 의사는 상관없이 교육 당국의 은밀한 압력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며 "정부가 지원 대상자를 모집해 종합 평가·선정한 후 희망 대학과 연결시켜는 방식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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