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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기레기' 기사를 걸러내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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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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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제 수준의 언론을 갖는다. 국민은 제 수준의 정부만 가질 수 있다는 관계를 국민과 언론에 적용한 말이다.

국민과 언론의 대응 관계는 국민과 정부의 그것과 차이가 난다. 국민은 일정한 기간에 하나의 정부를 갖지만 언론매체는 다수를 갖는다.
요즘엔 전보다 더 많은 매체를 통해 훨씬 다양한 기사를 읽게 됐다. 우선 언론매체가 민주화 이후 더 넓은 스펙트럼에 걸쳐 생겨났다. 또 인터넷 보급과 모바일 접속을 계기로 매체 숫자가 급증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에 뉴스를 전달할 수 있게 되자 인쇄 공정과 배포 과정이 생략됐고 전에 비해 소규모 자본으로 언론매체를 차릴 수 있게 된 덕분이다.

이런 배경에서 뉴스가 양산되고 있고,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취향과 지향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기사를 소비한다. 이에 따라 각각의 독자층이 형성되고 그 독자층이 각 언론매체를 지탱해준다.

매체의 다양성을 제약하는 요인은 국내시장의 규모다. 어느 분야의 소식을 접하고자 하는 독자가 있어도 일정한 규모가 되지 않는 그런 영역이 있다. 그 분야에서는 언론매체가 생겨나더라도 존속하지 못한다. 수준 높은 독자를 겨냥한 매체 역시 기업으로서 유지가 만만치 않은 여건이다. 한편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를 통한 뉴스 소비 행태는 전보다 더 인스턴트화됐다. 자극적이면서 휘발성 강한 뉴스가 많이 읽힌다.
요컨대 한국 언론매체의 현 상황은 우리 사회의 제도와 기술과 시장 구조, 뉴스 소비자의 선택이 어우러진 결과다. 언론사에 대한 비판과 '기레기'라는 비하를 이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레기는 쓰레기 같은 기사를 쓰는 기자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기레기 기사는 몇 가지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즉각 엉터리라고 판정하는 기사다. 다른 부류는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킨 뒤 시일이 지나면서 오류임이 드러나는 기사다. 또 다른 기사는 강한 편향으로 사실을 왜곡해서 본 것이다. 이런 기레기 기사도 한국 사회로부터 벗어나 따로 존재하는 기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 쓴 것이다. 그러니 기레기와 그가 쓴 기사를 조롱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에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 기자도 그 중 한 명이구나' 이렇게 시야를 넓혀 보면 어떨까.

기레기 기사에 대한 비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그런 기사가 퇴출되도록 하는 논의 구조다. 터무니 없는 기사가 나와도 별로 화제로 삼지 않아 제풀에 사라지게 하거나 논란을 일으키는 뉴스 가운데 잘못 짚은 것은 차츰 걸러지도록 하면 된다. 또 사회가 둘러 갈라져 편향된 뉴스를 앞세워 대립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문제를 풀어나가는 문화가 작동하면 된다.

한국 사회는 그러나 다양한 견해를 합리적인 방향으로 수렴하는 토양이 조성돼 있지 않고 역량도 떨어진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이 점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분포도를 '일정 시일이 지나면 검증 가능한 사안이 내포한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는가', '그 사안을 둘러싼 여러 갈래 주장을 분별하는 역량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작성한다. 이 기준에 따른 우리 사회 구성원의 분포는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점수가 낮은 하위권에 더 밀집된 모양이 많을 것이라고 나는 추정한다. 이런 분포는 왼쪽을 향한 고래 모양이다. 중간 점수 층이 산봉우리를 이루는 안정된 정규분포는 많지 않다고 본다.

분포가 이렇다고 해도 정보를 나누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고래가 처음에는 왼쪽을 보다가 방향을 틀어 오른쪽을 바라보게 되는 변화가 진행되면 된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인식은 종종 급격한 변침이 발생한 뒤 교정되지 않는다. 집단 흥분 뒤에는 그 사안을 망각의 바다에 수장한다.

엉터리 기사가 사회 탓이라고 둘러대는 것은 결코 아님을 덧붙인다. 저급한 기사의 최종 책임은 해당 기자와 언론매체가 진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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