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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이순신 아들 권율 "촬영 현장서 거울 본 적 없어"(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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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이 ‘꿈의 스코어’라 불리는 1500만에 도달했다. 앞으로도 당분간 보기 힘들 역대 최고의 흥행이다. 하루하루가 신기록의 연속. 이 영화에는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최민식도 있지만, 류승룡 진구 이정현 조진웅 등 쟁쟁한 배우들이 모두 포진해있다. 그리고 눈에 띄는 인물 한 명 더. 바로 이순신 장군의 아들 이회 역을 맡은 권율이다.

실제로 만난 권율은 극중 모습보다 훨씬 남성미가 넘쳤다.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몸에 배인 예의바름이 느껴졌다. 젊은 배우 특유의 ‘유쾌함’보다는 ‘진중함’이 더욱 짙게 풍겼다. 지난 2007년 데뷔, 작은 역할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고 있는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애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
이하 권율과의 일문일답.

-실물을 보니 느낌이 또 다른데?

나도 내 얼굴을 잘 모르겠다. 어떤 때는 예뻐 보이기도 하고 남자 같이 보이기도 하고 못생겨 보이고 평범해 보이기도 한다. 작품의 정서를 굉장히 많이 타는 얼굴인거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거만큼 기쁘고 행복한 일이 없다. 사람들이 날 잘 못 알아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오래 질리지 않고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으니까.
-‘명량’에서는 선이 고운 소년 같은 이미지였다.

하하. 그런가. 현장에서 거울을 본적이 없다. ‘천상여자’ 때는 많이 봤다. ‘명량’에서는 그런 걸 신경 쓸 시간도 없고 신경 쓰고 싶지도 않았다. 촬영장에 갈 때 아침에 신발을 신으면서 전쟁에 나가는 기분이었다. ‘명량’은 그런 걸 넘어서야만 접근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외모에 정말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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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돌파 공약이 있었나?

스스로의 공약은 있었다. 현충사에 한번 찾아가고 싶었다. (그런 거 말고 다른 거 없나? 라고 묻자) 아, 다른 건...글쎄. 아버지(권율은 최민식을 ‘아버지’라고 불렀다)가 공약을 아직 안했다. 그래서 모르겠다. 톤을 맞출 수 없어서 뭐라고 얘길 하기가 힘들다. 내가 댄스 공약을 하는데 아버지는 진지한 걸 내놓으실 수도 있지 않나. 난 그저 아버지의 공약에 무조건 다 동참하는 거로 하겠다.

-극중 생각보다 비중이 컸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비중이나 분량에 따른 감회라기보다는 국민이라면 이순신 장군을 다 알지 않나. 그런데 다들 난중일기, 명량, 울둘목, 회오리바다, 전투 등의 키워드들로만 알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두려움, 왜 싸우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마치 어릴 때부터 이순신 장군은 슈퍼히어로나 신 같은 존재처럼 그냥 나가면 이기고 돌아오는 사람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한 것에 대해 더 뿌듯함을 느낀다. 신격화 된 장군이 아니라 인간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아들로서 보여줄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롭다.

-최민식과 호흡은 어땠나.

아버지는 작품에 임하는 순수함이 굉장히 훌륭하시다. 작품을 대하는 시각과 자세가 그 어떤 누구보다도 진중하고 진지하다. 끝없이 연구하는 모습이 명량 배우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극중 ‘두려움이 독버섯처럼 전파된다’고 하듯이 아버지가 작품에 임하는 진지함이나 열정, 순수함이 현장 전체에 번졌다. 나 또한 아버지와 함께 하면서 장군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아들의 마음, 진심과 진정성을 첫 번째로 생각하고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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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노력들을 했나.

집중하고 타협하지 않으려고 했다. 정말 진지하게 공을 들이는 심경으로 임했다. 이 영화에서 화려하게 돋보이려는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보통 배우들은 스스로 커트를 많이 따먹으려고 욕심을 부릴 수 있는데, ‘명량’에서는 그런 배우가 한명도 없었다. 그런 마음의 자세와 진심이 너무나 크고 에너지가 넘쳐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한 것 같다.

-‘피에타’에서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는데.

내가 ‘풍산개’ 오디션을 봤었다. 출연할 뻔 하다가 잘 안됐다. 전재홍 감독님이 나를 너무 좋게 봐줬다. 그래서 김기덕 감독님에게 추천해줘서 찾아뵙고 연기하게 됐다. 당시엔 캐릭터를 준비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일주일 안에 모든 게 결정되고 촬영날이 다가오니까 잘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생소한 캐릭터여서 누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됐다. 현장에서 단 한 순간도 집중을 놓지 않았다. 어떤 작품보다도 그 안에 빠져들어서 순간 몰입을 했던 작품이다. 방학숙제가 3일 남은 학생 같았달까. 죽기 살기로 나노 단위로 끊어서 집중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된 건지?

‘명량’ 인터뷰를 하고 이런 저런 질문들을 받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극중 내가 아버지와 풀밭길을 걸어가면서 울둘목 회오리를 이용하는 생각을 어찌했냐고 묻는 장면이 있다. 아버지는 “천행이었다”고 답한다. 내가 배우를 한 것도 천행이라는 느낌이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한지 시작점을 잘 모르겠다. 누구는 계기가 있고 어떤 작품을 통해 감동을 받고 혹은 성격을 고치기 위해 연기를 하거나 그러는데 나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를 잘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천행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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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떤 작품을 해보고 싶나.

안 해본 게 많아서 하고 싶은 캐릭터들이 많다. 밝고 까불고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정서를 가진 철없는 역할도 하고 싶다. 나는 좀 사회 부적응 느낌의 캐릭터에도 관심이 간다. 사이코패스라든지. 하하. 모든 것이 계단을 천천히 걷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까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연기 본질로 다가가는 게 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온몸을 다해서 절실하게 연기하고 싶다.

-데뷔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힘든 적도 있었나.

당연하다. 원하는 열정이나 에너지만큼 되지 않아서 힘들기도 했다. 우리는 부름과 선택을 받아야하는 직업이다. 나는 지금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많은 인터뷰를 하고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건 정말로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한때는 현실 도피를 하려고 하고 안으로 들어가고 세상을 부정적이고 삐딱하게 대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힘든 시기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여유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연기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해줄 얘기가 많을 것 같은데?

폐쇄적으로 보내기보다 책을 많이 읽고 영화도 많이 보고 여행도 많이 다니라고 말하고 싶다. 소통이 중요하다. 물론 힘들 것이다. 연기자로 성공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나 역시 아직 갈 길이 멀다. 내일 뭐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기대하는 주변의 친구들은 ‘너 왜 TV에 안 나오냐’고 묻는다. 정말 스트레스다. 안다. 하지만 그런 시기일수록 더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좋은 기운으로 이겨내고 노력하다보면 반드시 좋은 날은 온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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