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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기준금리 인하의 성공 조건

최종수정 2014.08.19 11:15 기사입력 2014.08.1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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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2.25%로 인하했다. 자산가격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시점에 물가안정보다 경기부양 쪽에 무게중심을 둔 정책 결정이다.

사실 우리 경제는 여러 측면에서 '잃어버린 20년'을 초래한 일본의 과거 경제 상황과 유사하다. 급격한 부동산가격 상승 이후 버블 붕괴로 소비심리가 냉각되고, 경제활동 참가자의 연령이 높아 경제의 활력을 찾기가 어렵다. 또한 소득이 높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의 보수적 자산 운용으로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이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는 악순환을 빚은 것이다. 만성적 엔고(円高)에 많은 기업들이 채산성 확보를 위해 해외로 이전했고, 이는 또다시 내수를 약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했다.

일본 정부는 기저효과로 좋아 보이는 경기지표를 경기확장 국면으로 잘못 판단해 금리를 인상함으로써 간신히 살아나는 듯한 경기의 불꽃을 꺼뜨렸고, 이후 재정정책을 주로 활용함으로써 국내총생산(GDP)의 220%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재정적자국이 됐다. 악화된 재정적자는 국가신인도에 영향을 미쳐 자금조달 금리를 상승시키고 이는 다시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귀결된다.

8ㆍ14 기준금리 인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달라진 경기상황 인식을 보여준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에서 보듯 한은의 역할도 전통적인 물가안정에서 진화해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지원하는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정책 변화의 성공 여부는 그 시기와 강도에 달려 있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등 우리 경제의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식돼 왔고 이에 따른 금리인하 요구가 컸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금리인하는 시기를 놓친 감이 있다.또한 0.25%포인트 한 차례의 금리인하로 과연 의도한 정책효과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이유다.
아울러 일본 경제와 한국 경제는 차이점도 존재하므로 이에 근거해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아베노믹스가 등장한 시기의 일본 경제는 과거에 이미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쳤고 재정적자가 엄청나게 많고, 국민이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다. 만성적 엔고로 해외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기업들의 채산성은 크게 악화됐고 가계의 소비 여력도 한계에 이르렀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어찌 보면 국가를 대상으로 위험한 실험을 한 것이다. 실패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뭔가를 해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아베노믹스 출범 시점의 일본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 경제는 일단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일정 부분 비켜나 있었고, 불균형적인 재정적자의 증가 속도가 우려되기는 하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모범적으로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과 같이 극약 처방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의 변동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일관성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

8ㆍ14 기준금리 인하는 정부와 중앙은행 사이의 의견 조율 측면에서도 시장에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자신감을 심어줬다. 긍정적 측면으로는 신생기업, 벤처기업, 소기업, 중견기업 등의 투자를 이끌어냄으로써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의 성과를 이루는 데 기여하리란 점이 기대된다. 이와 정반대로 낮은 금리로 인해 이미 걱정스러운 규모로 커져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총량에 대한 규제보다는 부채의 질 관리에 초점을 맞춰 외부 충격이 주어질 때의 위기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별로 대처하는 신중함을 보여야 한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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