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은행의 인터넷 뱅킹 사용절차가 미국 은행에 비해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기 위해 은행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먼저 보안 프로그램 6가지 정도를 설치해야 한다. 웹 사이트를 열자마자 각종 신종사기 위험을 알리는 경고문이 번쩍거리는 것은 애교로 봐줘야 한다. 이름도 낯선 보안업체의 프로그램을 설치한 후에 인증절차를 시작한다. 공인인증서를 통해 본인인증을 받은 다음 인터넷 뱅킹을 시작할 수 있으며, 송금 등 거래를 하려면 또 다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화인증 서비스에 OTP카드(1회용 암호발생기), 그리고 공인인증서 비밀번호까지 넣어야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인터넷 뱅킹 보안이 우리나라보다 더 허술한가. 물론 아니다. 미국 정부와 금융기관은 '사이버보안'에 대한 대책을 끊임없이 강구하고 협조하면서 해커들보다 한발 앞서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사이버보안에 대한 책임을 소비자에게 떠넘기지 않고 금융기관이 맡아서 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편하게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세계의 인터넷 금융 서비스 수준은 해당 기업의 보안책임하에 소비자들의 편의를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구글은 파일 첨부하듯이 금액을 입력해 이메일을 전송하는 것만으로 송금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잭 도시 전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한 '스퀘어'는 스마트폰과 태블릿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퀘어 덕분에 작은 길거리 가게에서 아이폰으로 카드를 결제하는 풍경은 여기서 쉽게 볼 수 있다. 아마존 원클릭, 아이튠스 원클릭 등은 신용카드 정보를 미리 입력해놓고 클릭 한 번으로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다. 소비자들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지만 이 회사들에서 큰 금융사고나 정보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기사는 접하지 못했다.
이은형 美조지폭스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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