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소문성지 순례 =프란치스코 교황이 8시50분 서울 서소문 성지를 찾아 기도를 올렸다. 성지 주변에 몰려든 500여명의 신자들은 교황이 나타나자 환호성을 질렸다. 서소문성지는 한국의 103위 성인 중 44위와 이날 시복되는 124위 중 27위가 순교한 한국천주교 최대의 순교성지다.
◇ 붉은 제의 입은 교황 미사 집전 = 9시50분께 붉은 제의를 입은 주교단에 이어 흰색 제의를 입은 사제단이 제단으로 올라섰다. 이어 목자를 상징하는 십자가 지팡이를 든 교황이 붉은 제의를 입고 수행단과 더불어 모습을 나타냈다. 제의는 순교를 상징하는 '피'의 색으로 한국 수녀들이 정성 들여 만들어졌다. 제단은 교황의 뜻에 따라 낮게 설치됐다. 교황은 제단에 올라 '순교자 찬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제대 위에 입맞춤했다.
이어 향로를 흔들며 제대와 제단, 제단 한켠의 '한복 입은 성모상'에도 분향했다. 분향은 그리스도 자체인 제단을 돌며 신에게 공경하는 의식이다. 성모상은 스승예수의제자수녀회 한국관구 수녀가 조각한 ‘한국사도의 모후상이다. 성모는 비녀를 꽂고 있으며 복건을 쓴 아기예수를 안고 한복자락을 흩날리며 인자한 미소를 보내고 있다. 이어 행사장의 신도는 찬송과 기도를 올렸다.
시복자들은 한국 천주교 초기에 활동했던 인물들로 신해박해(1791)부터 병인박해(1866)에 순교한 이들이다.124위의 순교 시기는 신유박해(1801년) 순교자 53명, 기해박해(1839) 전후의 순교자 37명, 병인박해 순교자 20명,신유박해 이전 순교자 14명 등이다. 지역별로는 한양(서울) 38위, 경상도 29위, 전라도 24위, 충청도 18위, 경기도 12위, 강원도 3위이다.
이에 교황은 "천주교법이 정한 장소와 방식에 따라 5월29일을 축일로 정해 기릴 것"을 허락했고, 신자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124위 시복을 축하했다. 안 주교는 라틴어로 "복자 칭호를 허락한 교황께 감사한다"고 인사를 올렸다. 시복 예식을 마치고 나서 신자들과 합창단이 '대영광송'으로 찬미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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