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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장관에게 쓰는 편지

최종수정 2014.08.07 10:59 기사입력 2014.08.0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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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민구 장관님. 제가 장관님을 처음 만난 것은 2009년 8월입니다. 장관님은 육군참모총장이셨습니다. 당시 장관님은 국방부 출입기자실을 방문하셨었지요. 다른 총장님들과는 달리 브리핑실에 혼자 앉아있는 저에게 "혼자 고생이 많네"라며 어깨를 두드려 주셨습니다. 장관님의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장관님을 해외에서 만난 적도 있습니다. 장관님이 합동참모의장이셨던 2011년 4월입니다. 제가 아프가니스탄 오쉬노부대 차리카기지를 취재하고 있을 때 장관님도 부대를 방문했습니다. 장관님은 대전차로켓탄이 떨어지는 등 긴장감이 가득한 곳을 직접 찾아 "당신들이 자랑스럽다"며 장병들을 격려해주셨습니다. 장관님의 강인함과 용기를 접했던 기억이 납니다.
군인은 항상 그랬습니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볼 때면 따뜻한 손길을 먼저 보냈습니다.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도발 같이 국가가 위협을 받을 때면 국민들을 위해 온몸을 화염 속에 던졌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군을 지지하고 믿어왔습니다. 군이 진정으로 국민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상대방을 좋아할 때 그 사람의 겉모습이나 환경보다는 진정성이 있는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 같습니다.

최근 장관님을 만난 자리에서 질문을 하나 드렸습니다. "역대 국방부장관을 역임한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꼿꼿장수', 김관진 현 국가안보실장은 '레이저 김'이란 강한 별명이 있는데, 장관님은 어떤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비춰지길 원하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장관님은 "진정한 이미지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며 "내강외유로 지내겠다"고 답하셨습니다.

이 질문을 드린 이유는 하나입니다. 장관님은 얼마 전 염색을 하셨습니다. 장관님의 트레이드 마크는 흰 머리였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때는 이런 평가를 의식한 듯 검정색 머리로 바꾸셨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장관님의 흰 머리를 더 좋아하는 듯합니다. 가식도 거치장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음을 아시는 지 궁금했습니다.
국방정책도 똑같은 것 같습니다. 무엇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것보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알려주고 부족한 면이 있으면 고쳐나가는 것을 국민들은 원합니다.

장관님이 취임하시는 시점을 전후로 군에서는 큰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습니다. 강원도 고성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는 총기난사 사고가 발생했고 최근에는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사건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국민들이 이번 일로 군에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믿었던 군이 자식의 죽음을 방조했다는 점 때문입니다. 여기에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군에 대한 불신감 때문에 화가 많이 나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지적은 6일 열린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에서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한 전문가는 "군이 사회의 질타를 받고 있으면서도 군이 여전히 솔직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군이 정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민들의 군에 대한 불신은 오래 전부터 쌓여왔습니다. 감찰을 위한 감찰, 때에 따라 달라지는 정보공개청구 공개여부, 속보이는 자군 이기주의, 군 특유의 '쉬쉬'하는 문화 등이 불신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장관님. 이제는 군이 국민들에게 거짓이 아닌 진실된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다가섰으면 합니다. 지치고 힘들어 있을 장병들과 국민들에게는 따뜻한 손길을, 적에게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그럴 때 국민은 군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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