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1200여벌 무상 기증…"남 돕는 일이 결국 자신을 돕는 일"
해외 한글학교에 매년 200여벌의 한복을 지원하며 한인 차세대의 정체성 함양을 돕는 사업가가 있다. 아동 한복 전문업체 '예닮'의 추민수 대표(47ㆍ사진)다. 그는 9년 동안 총 1200여벌의 한복을 세계 곳곳의 한글학교에 무상으로 기증해왔다.
추 대표의 한복 나눔 활동은 2006년 뉴질랜드에서 시작됐다. 당시 예닮은 사물놀이 공연을 하며 세계 일주를 하던 '공새미가족 사물놀이패'에 한복을 지원했다. 뉴질랜드에서 공새미가족 공연을 보던 한 사람의 눈에 한복이 들어왔다. 그는 고정미 뉴질랜드 와이카토 한국학교 교장. 고 교장은 한복이 아주 예쁘다며 한글학교 학생에게도 입히고 싶은데 예산이 없다고 안타까워했고 이 사연을 공새미씨가 추 대표에게 전했다.
한글학교 사정을 잘 아는 그는 흔쾌히 한복 20벌을 뉴질랜드로 보냈고, 고 교장은 한인회 행사 등 현지 페스티벌에 한복을 입힌 학생을 출연시켜 부채춤을 선보였다. 한인 사회는 물론 주류사회에서도 한복 예찬론이 나오면서 각종 행사에 초청을 받거나 한복 대여 요청이 쏟아졌다.
추 대표는 "한글학교에서 보내온 감사의 글과 사진에 직원 모두가 감동하고 뿌듯해한다"며 "누군가를 돕는 일이 결국에는 자신을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
내친김에 그는 한글학교뿐만 아니라 몽골, 싱가포르, 베트남 등 한국어과가 개설된 대학과 한인 입양인 학교 등에도 한복을 후원하고 있다. 4년 전 아이티 지진 때도 피해를 본 현지인 자녀에게 아동 한복을 보냈다. 지난해부터는 국내 다문화가족이 첫 자녀의 돌잔치 한복을 요청해오면 무상으로 기증도 하고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그는 회사명을 '예수를 닮자'와 '옛것을 닮자'는 뜻의 '예닮'으로 정할 정도로 나눔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다. 강원도 동해가 고향인 그는 건국대학교 독문과 졸업 후 어머니가 세운 한복가게를 확장해 110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한복 전문 기업으로 일궜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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