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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알바시네]4.‘코요테 어글리’와 노래하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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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요테 어글리'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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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는 중북부 아메리카 일대에 살고있는 늑대의 사촌이다. 하지만 늑대보다는 덩치가 작다. 사람을 겁내서 야행성이 되었다. 코요테는 멕시칸 스페인어로 '짖는 개' 혹은 '노래하는 개'라고 한다. 사랑을 할 때, 그리고 새끼를 떠나보낼 때 이 동물은 묘한 목소리로 울음을 우는데, 어떤 사람들은 이 소리를 기분 나쁘다 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한다. 사람들이 이 소리를 녹음해 틀어놓으면 제 소리에 다시 응답하기도 하는데, 곧 알아채고 다시 응답하지 않는다. 사람이 소리를 질러도 응답을 하는데, 이때는 사람의 목소리에 따라 다른 반응을 내놓는다. 나름으로 일종의 대화를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카요티라 부르는, 코요테는 철저히 일부일처제이며 무리를 짓지않고 혼자서 사냥을 다닌다. 토끼, 쥐, 다람쥐를 즐겨먹으나 가끔은 작은 개를 공격하여 죽인다. 몇년전엔 투어중인 열아홉살 캐나다 가수를 물어 살해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다른 동물을 공격할 때 이 짐승은 갈빗대가 끝나는 배 부분을 정확하게 가격하여 내장이 파열되는 치명상을 입힌다. 코요테가 제 팔을 물어뜯는 습성이 있는지는 기록으로 나와있지 않다. '코요테 어글리'라는 말은, 미국의 속어이다. 이렇게 풀이되어 있다.

The slang term "coyote ugly" describes somebody who is so physically repulsive that you would gladly gnaw off any limbs he or she fell asleep on just so you can get away without being discovered.

속어 표현인 '코요테 어글리'란 말은,
어떤 남자 혹은 여자가 자신의 팔 위에 잠들어 있을 때, 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게 자신의 팔을 기꺼이 물어뜯어 잘라내고 도망가고 싶을 만큼
신체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사람을 가리킨다.
영화 '코요테 어글리'의 한장면

영화 '코요테 어글리'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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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나온 영화 '코요테 어글리'는 청춘남녀들의 들뜬 마음을 한층 달콤하게 건드렸는데, 그중에서도 여자들이 더욱 필 받은 듯 하다. 주인공이 여자였고 노래를 부르고 싶었으나 무대공포증 때문에 작곡가를 지망했던 어느 '칸츄리걸(고급용어로 '촌년'이라고 한다)'의 성공담이었으며 성실하고 착한 미남고아의 지원을 듬뿍 받는 스토리였기에 새천년의 환상적인 희망무드와 함께 그녀들을 '새촌년'으로 인도하는 복음성가가 되기에 충분했다. 특히 '당신은 달빛과 싸울 순 없어요'라는 희한한 노래는 더욱 낭만적으로 달달한 유혹을 샘처럼 뿜어낸다. 낮엔 우리가 별볼일 없이 살아도 밤이 되면 이렇게 사랑이 피어오르고 낭만이 흥청거리니 당신은 굳이 한낮의 똑바른 생각을 가져와 나를 설득하려 하지 말고, 그냥 이 분위기에 져 주세요,라는 뉘앙스의 노래다. 밤엔 밤의 언어를 쓰자는 얘기다.

영화 '코요테 어글리'의 한장면

영화 '코요테 어글리'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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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팔뚝을 자를 만큼 못생긴 상대를 가리키는 영화 제목은 무엇인가. 내 생각엔, 저것은 술이 깨고난 다음인 새벽의 이야기이고, 영화의 시계는 한밤 중이니, '설사 지금 내 앞에서 춤추고 있는 남자가 내일 아침에 보면 재수없는 놈일 망정, 지금은 달빛과 불빛이 채색해주는 뽀샵에 힘입어 경매 250달러 짜리 미남자이니, 오늘은 일단 오케이'라는 메시지를 담지 않았을까 한다. 내일은 내일, 오늘밤은 오늘밤이란 얘기다.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 포스터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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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나오는 뉴욕의 '카요티 어글리(미국식 발음)'는 실제로 존재하는 살롱이다. 지금도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살롱 혹은 카페에 대한, 사장이나 종업원들 혹은 손님들의 자부심과 추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20세기와 21세기를 가르는 주요한 코드 중의 하나는 저 술집이나 찻집의 고유브랜드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스타벅스나 커피빈같은 개성없는 이름들이 늘어서 있고, 낯설고 화려한 술집들을 전전해도 이름조차 기억을 못하지만, 1950년대의 명동 '은성'이나 70년대의 '세시봉', 혹은 그 무렵의 경주 '황제다방'이나 카페 '란다랑'. 부산의 '올드클락'이나'무아' '포엠'은 이름만 들어도 추억들이 굴딱지처럼 붙어있는 그런 강력한 브랜드들이었다. '카요티 어글리'는 고유한 가게 이름이 제대로 살아있던 시절의, 찬연한 기억을 그 속에 춤추게 하고 있는 영화이다. '토포스의 시대'의 기념비인 셈이다. 이 곳에서 빤스만 입고 테이블 위에서 춤추는 소녀들은 자신이 '카요티'라는 사실에 무한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뉴욕의 '카요티 어글리'라는 카페의 모습.

뉴욕의 '카요티 어글리'라는 카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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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낙천적인 성공담이 얹혀진다. 작곡가를 꿈꾸며 도시로 올라온 소녀 바이올렛(파이퍼 페라보)는 자신의 재능을 실현할 기회를 잡지 못해 낙담하다가, 우연히 '카요티 어글리'에 취업이 되어 서서히 무대체질을 키워나간다. 그녀의 대중공포증 속에는 죽은 어머니의 '실패'에 대한 각인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을 떨쳐내고 그녀는 히로인이 되어간다. 거기엔 무한 봉사와 지원으로 그녀의 성공을 뒷바라지해주는 케빈(아담 가르시아)가 있다. 오래전에는 핑클이 되고 싶었고 이후엔 소녀시대가 되고싶었던 많은 여성들이 저 영화 속에서 잠시 바이올렛의 핑크빛을 맛보다가 돌아나왔다. 저기에는 늙고 낡은 사람들이 곧잘 손가락질하는 음란하고 저질스러워 보이는 춤과 행위와 이벤트들이 거리낌없이 펼쳐졌지만, 가슴 속에 팔딱팔딱 뛰는 순수와 순결은 멀쩡하다고 자부하는 자기선언도 슬쩍 숨어들었다. 무려 14년 전이 일어났던 흥분은, 이 땅에도 '코요태'라는 그룹을 만들어냈고('그들은 높고 빛나고 큰(高耀太)'이란 의미라고 주장을 하긴 하더라만), 또 몇년 전엔 영화 속 음악들로 수놓은 뮤지컬 '코요테 어글리'까지 등장하게 하여, 그때의 소녀이자 지금의 아줌마인 관객들을 재흥분시키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현상들은 '코요테 어글리'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영화는 시간을 덧없이 빠르게 흘려보내게 하는 그야말로 '한때의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 때문에 그것은 그 시간을 다시 살려내는 타임캡슐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영화로 다시 느낀다. 이 하드코어의 시대에, 저 소프트 '코-어(코요테 어글리)'는 너나없는 한 바탕의 유쾌한 어울림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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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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