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수 없으면 즐겨라는 옛말, 놀이인간 호모루텐스가 되자
왜 그럴까. 그동안 우리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를 금언처럼 여기고 살아왔다. 왜 성실파들은 평생을 규율해 온 규범을 뒤집어 놓은 새로운 기준에 환호할까? 범생이로 사는데 지쳐서? 세상이 바뀌어서? 중년의 일탈을 꿈꾸는 사추기라서?
사람이 변하기는 무척 힘들다. 오래된 관행과 틀에서 벗어나기는 더욱 어렵다. 같은 세대가 한 덩어리로, 이를 벗어나기는 더 어렵다. 혁명이다. 토머스 새뮤얼 쿤은 저서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하나의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다른 틀에서 생각하며(패러다임 시프트) 과학이 비연속적으로, 혁명적으로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지금 베이비부머들은 혁명전선에 나서고 있다. 세상을 지배하는 규범을 깨고 새로운 규범을 만드는 길가에 모여들고 있다. 60세 인생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시대의 사고방식을 100세 창조시대에 걸맞게 수정하고 있다. 모든 사고방식을 뒤집어보고 새로운 제안을 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도 바꿔본다. '인생은 길고 예술은 인생을 위해 있다'로 바꾸자는 제안이 많다. 오늘을 즐기자는 놀자주의가 열심히 일하자는 성실주의에 도전하고 있다.
창조를 애기하는 사람들은 고정관념을 깨고 다른 차원에서 생각하려면 놀이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놀이인간인 호모루덴스(Homo Rudens)를 찬양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창조적인 기업들의 놀이문화를 병행한 업무환경을 증거로 제시한다. 근면, 성실만으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베이비부머는 오랫동안 성실했다. 지치고 딴 생각할 때도 됐다. 얼씨구나 하고 놀자주의를 받아들이는 중이다.
이미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가 왔다. 제조업공장은 제조로봇들이 대체하고 있다. 휴보라는 인간을 닮은 로봇연구가 활발하다. 서비스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다. 단순 반복적이고 오래하는 일은 이미 기계가 사람보다 더 잘한다. 자동차공장, 반도체공장을 가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은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한다. 기계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앗아간다고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다.
놀고 싶다고 놀자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놀자주의를 받아들인다고 그냥 놀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근면과 성실의 주변에는 의무와 당위, 헌신 등 무거운 개념들이 함께 한다. 이런 단어들이 자발성의 외피를 입고 우리에게 뭔가를 강요해 왔다. 권리, 욕구, 재미, 자긍심 등의 단어로 자신을 새롭게 무장해야 진정한 놀자주의자다. 사고의 틀을 싹 바꿔야 하기 때문에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부르고 '혁명'이라 일컫는다.
세계적인 제조업체인 삼성은 조기출퇴근제를 시행해 왔다. 최근에는 부분적으로 자유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조기출퇴근제는 제조업 기반의 제도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근면성실의 얼리버드 정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와 자율을 기반으로 한 자유출퇴근제도는 놀자주의자들이 선호하는 제도다. 개인의 창의성을 키울수 있기 때문이다. 대세는 기울고 있다.
노는 놈은 워크홀릭이 아닌 해피홀릭이다. 100세 창조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가 강령 1조다. 게으름뱅이인 나를 위한 변명일 뿐일 수도 있다. 맞다. 놀기에 소홀했던 걸 후회한다. 당신이 후회하는 것처럼.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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