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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거수기 사외이사, 제도를 고쳐야

최종수정 2014.06.24 11:21 기사입력 2014.06.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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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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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전행정부 장관 내정자 등 박근혜정부 2기 내각 인사들의 거수기 사외이사 이력이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올해 10대 재벌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선출된 사외이사의 40% 이상이 청와대,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의 고위직 출신이거나 장차관 출신이라고 한다. 사외이사 제도가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명망가들의 부수입원이 되거나 기업의 바람막이 형태로 전락한 것이다.

우리나라에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8년이다. 상장법인에게 이사총수의 4분의 1 이상, 최소 1인 이상의 사외이사 선임을 의무화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법인은 3인 이상 및 이사총수의 과반수 이상을 사외이사로 임명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둬 객관적인 인사가 경영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사외이사로 선출될 수 있도록 보완했다.
그러나 여전히 사외이사 제도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외이사에게 요구되는 두 가지 중요한 속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나는 독립성이고 다른 하나는 전문성이다. 우선 사외이사는 해당 기업과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인사여야 한다. 그래야 이해상충 없이 기업가치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할 수 있다. 또한 독립적인 외부 인사가 사외이사가 됨으로써 경영진들이 주주나 기업의 이익에 반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경영을 하는 것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사외이사의 또 다른 주요 속성은 전문성이다. 자신들이 가진 전문적인 식견을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진해 경영진들이 보다 발전적인 경영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전문성이 없는 인사는 이사회에서 자신의 주관이나 지식을 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의사결정에 거스르지 않고 모나지 않게 행동하는 사외이사가 되는 것이다. 또한 논의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들이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음으로써 이사회 결정의 질을 낮추는 것도 문제다. 회의 당일에 논의 안건을 내놓는 경우도 많아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

사실 객관적으로 선임된 사외이사라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경영진에 반하는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평가 지침이 없기 때문에 우수한 사외이사를 판단할 근거도 없다. 따라서 열심히 노력한 사외이사에 대한 보상이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이성적인 행동은 경영진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며, 그래야 연임의 기회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거수기 사외이사들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과감히 경영진의 의견에 맞설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자격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만족시키는 사외이사 인력뱅크를 운영하며, 사외이사의 정보접근권이 확보돼야 한다.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선임 시부터 경영진의 영향력을 단절시키고, 독립된 외부기관이 복수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케 하거나 사외이사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십분 활용해야 한다.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와 유능한 사외이사에 대한 보상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사외이사의 활동을 평가 공개하는 제도를 구축하고, 사외이사들이 자신의 활동에 대한 상세한 보고를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근거해 보상도 차등화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제도를 사외이사들이 주축이 돼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단 이 과정에서 유의할 점은 모든 것을 법과 규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기업의 자율성이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기업에 맞는 제도는 없기 때문이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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