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자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자진사퇴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조용히 제 일을 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일'은 청문회 준비를 말하는 것으로 보이며, 청와대가 자신을 압박만 하고 접촉은 해오지 않았다는 뜻이거나 청와대의 사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항변으로도 해석된다.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21일 밤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귀국한 뒤 청와대와 논의해 '자진사퇴'를 결정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이를 일축한 것이다.
지명철회는 박 대통령이 인사실패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며, 검증책임자인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경질 압박으로 곧장 연결된다. 국무총리 경질과 대대적 개각으로 세월호 정국을 일신하려던 박 대통령은 핵심 참모마저 잃게 될 위기에 처했다.
지명철회든 자진사퇴든 '문창극 카드'가 일찌감치 실패로 돌아간 마당에, 청와대는 세 번째 총리후보자 인선에 이미 착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지 2달이 다 돼가는 상황에서 국정공백이 더 이상 길어지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7개 부처 장관과 국정원장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 재가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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