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증시]천대받는 돈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유동성은 가까이 있다'
돈값(금리)이 0원도 아니고 마이너스(-0.1%)까지 떨어진 지 일주일여다. 시장의 눈은 풀린 유동성이 어디로 갈 것이냐의 여부에 쏠려있다. 당장은 이머징 시장과 자국 국채로 쏠리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풍선효과'를 말한다. 대부분 자산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상황에서 늘어난 유로화 유동성은 이머징 주식의 가격을 밀어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가까이 있는 유동성은 당연히 한국 자본시장으로 몰려들 수 있다.
당장 2050선을 뚫는 강력한 상승동력이 되기는 어려우나 연말까지 수급을 개선할 수 있는 신호가 될 것이란 부분에서 전문가들의 전망이 일치하고 있다.
오늘 있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도 관전 포인트다. 우리도 금리 인하 압박이 없는 건 아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디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경쟁적으로 돈값을 내리고 있는 마당에 한국만 계속 동결 행진을 해도 되느냐는 것이다.
한 시장전문가의 관전평은 이렇다. "유럽은행이 역사상 처음으로 돈을 거부했다. 갈 곳 없는 돈이 주식 채권 환율 상품 중 어느 곳을 안식처로 생각할 지 주목해야 한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 = ECB의 정책이 기준금리의 추가인하, (-)예금금리 이외에도 3분기 이후 양적완화(Targeted LTRO)까지 거론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우호적인 수급구도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기에 환매가 지속되던 국내 투신의 매도 공세도 점차 진정되면서 최근 사흘간 매수 우위를 기록, 수급구도가 더욱 개선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선진국 통화정책에서 기인하는 유동성을 제외하고 현재 한국시장의 기조를 형성할 뚜렷한 근거를 찾기는 쉽지 않다. 기업이익 전망은 2분기가 마무리 되는 가운데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영향이 부정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남아있는 상태다. 외환시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다 강력한 정책적 대응 가능성도 높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일본의 금융정책회의(13일), 미국 FOMC(18일)를 거치며 정책의지를 확인하게 되면, 여전히 대내외 유동성에 기초한 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외국인의 매수대상이 은행, 유통, 전기가스, 음식료, 의약품 등 내수 비중이 높은 섹터 위주로 구성되고 있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커 보인다. 5월 외국인의 매수 대상과 유사하나 전기전자와 운수장비 업종의
매수 강도가 조금씩 후퇴하는 등, 환율의 영향이 반영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 기업이익 등 성장을 이끌 핵심 이슈가 재부각 하는 시점까지는 유동성에 의존하는 수급구도 우위의 시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외국인/국내 기관 모두 저평가된 업종/종목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밸류에이션을 감안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 팀장 =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현저히 약화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대비 신흥국 채권 스프레드의 급격한 하락, 미국 국채 수익률보다 낮아진 스페인 국채 수익률 등은 넘치는 유동성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위험 인지도 약화는 자산 버블을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일부 자산에 버블이 형성돼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버블 붕괴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특정 자산에 버블이 만들어졌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버블 자체가 곧바로 자산 가격의 반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버블이 붕괴되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중앙은행의 긴축이 버블 붕괴의 트리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주 ECB의 금융 완화 정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오히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자산시장에 우호적이다.
글로벌 위험 선호가 강화되고 있고, 중국 경기가 반등하고 있어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2012년 이후 외국인은 3차례에 걸쳐 한국 주식을 10조 원 이상 집중 순매수했다. 매크로 환경의 구조적인 변화가 있어서가 아니라 중국 경기가 반등을 하는 가운데, ECB의 금융완화 정책이 더해지는 국면에서 외국인은 강하게 한국 주식을 샀다.
지난 4월 이후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는 6.1조 원이다. 이번에도 누적 순매수 규모는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본다. 과거의 경험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순매수는 이제 막 5~6부 능선정도에 오른 정도로 보인다.
◆이은주 대신증권 연구원 = 지난 5일 발표한 ECB의 완화정책 패키지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정책은 선별적LTRO(Targeted Longer Term Refinancing Operation, TLTRO)다. 아직도 소극적인 은행들의 대출을 늘리기 위한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이다.
은행들은 가계 모기지 대출을 제외한 비금융 민간부문으로의 대출 잔액을(4월 30일기준) 기준으로, 대출 잔액의 7%까지 TLTRO를 통해 ECB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ECB는 최초 TLTRO 규모가 약 4,000억 유로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기지 대출을 제외한 비금융 민간부문으로의 대출 잔액이 4월말 현재 5.7조유로인 점을 감안하면 ECB는 은행들이 TLTRO 대출을 최대 한도까지 받아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이 적용 받는 금리는 TLTRO 실행 시점의 기준금리(MRO)에 10bp 프리미엄을 더한 금리로 0.25% 이다. 주요 금리 인하로 커질 수 있는 은행 수익성 악화 우려를 완화시키고 민간 대출을 늘리는 은행들에 대해 매우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실행 시기는 2014년 9월과 12월이며 2015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은행들은 분기 단위로 최대 3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다만 2015년 3월 이후 실행되는 TLTRO에는 순대출 금액이(신규대출-상환금액) 일정 수준을 넘는 은행들만 참여할 수 있다.
모든 TLTRO 대출금의 만기는 2018년 9월말로 약 4년이다. 조기 상환은 대출 시점부터 24개월 이후에 가능하다. ECB는 TLTRO 대출금이 실제 민간 대출로 이어지도록 여러 가지 감시와 조건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준을(특히 순대출금 규모) 충족시키지 못한 은행들은 첫 조기 상환이 가능한 2016년 9월에 TLTRO 대출금을 필수적으로 상환해야 한다.
2년간의 유예기간 덕분에 은행들은 당장에 대출을 늘리지 않아도 일단 저금리에 자금을 차입할 수 있다. 은행들은 민간 대출을 늘리면서 동시에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시간을 번 것이다. 유예기간을 통해 은행 자산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점진적인 대출 확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TLTRO는 회복세에 들어선 유로존 경제에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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