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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칼럼]삼성은 미래지향적 야누스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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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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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라는 이름의 재벌그룹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 야누스다. 그 자체가 야누스적 존재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야누스적 측면을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변화와 성취'의 대명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구태와 적폐'에 갇힌 모습이다. 해외에 나가 삼성 로고를 만나면 반갑고 자랑스럽지만, 국내에서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고 돈의 힘으로 사회에 군림하려 드는 태도를 보면 밉살스럽다.

그런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어 내년 초 증시에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 지 24일 만이다.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를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이 회장의 입원을 계기로 그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그룹 소유경영권 이전을 서두르는 것이다. 이 회장이 다행히 병상에서 일어나 회복한다 해도 칠순을 넘은 고령이다.
에버랜드의 상장은 최대주주(지분 25%)인 이 부회장에게 최소 1조원 이상의 상장차익을 안겨줄 것이다. 지난 달에 밝힌 삼성SDS 상장 실행시 차익까지 더하면 최소 3조원 이상이 된다. 상속세도 내야 하고 계열사 지분도 더 사들여야 하는 그에게 유용한 재원이다. 남매지간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과의 소유경영권 분할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3남매간에는 선대 형제간과 유사한 불화는 없었으니 소유경영권 분할승계는 별 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으로 좋은가. 법률상 소유경영권 상속절차 이행 외에 그에 대한 사회적 승인이 필요하다. 기업은 사업허가ㆍ인력공급ㆍ금융제공ㆍ시장형성ㆍ정책지원ㆍ인프라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적 혜택을 받는다. 삼성 같은 대기업이면 더욱 그렇다. 이는 단지 도덕적 문제만이 아니다. 기업 자체 또는 그 소유관계에 대해 사회적 승인을 받지 못하면 두고두고 사회적 견제를 받는다. 사회적 책임성이 기업경영의 화두가 된 것도 그래서다.

삼성의 소유경영권 상속에 여론이 흔쾌하지 않은 것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염가배정 사건이 대법원의 2009년 무죄판결로써 법률상 마무리됐다고 해서 사회적 논란까지 종결된 것은 아니다. CB를 이용한 이 부회장의 에버랜드 지배지분 확보 과정이 정당했는가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아직은 유보적이다. 그는 2001년 삼성전자에 상무보로 입사한 이래 13년간 경영수업을 받아왔다지만 뚜렷한 경영능력을 입증해 보인 적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해외에서는 삼성의 미래를 가늠하면서 주로 이 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은 안팎의 논란과 의구를 불식시키고 이번 소유경영권 상속을 새로운 도약의 전기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그러려면 그 과정이 '삼성의 혁신'과 병행돼야 한다. 초일류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이 봉건적 대물림의 모습만 보여서는 곤란하다. 지배구조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고, 보다 겸허한 자세로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한다. 투자ㆍ고용ㆍ준법 등 기업경영의 모든 부면에서 사회적 책임성을 한층 제고해야 한다. 소유경영권 이전 과정에서 이런 혁신조치들을 말로만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으로 하나하나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고대로마 신화에 나오는 야누스의 두 얼굴은 선한 얼굴과 악한 얼굴이 아니다. 과거를 향한 얼굴과 미래를 향한 얼굴이다.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문을 지키는 신이어서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과 전향적 이행을 상징한다. 과연 삼성이 이번에 부정적 의미의 야누스이기를 중단하고 미래지향적 야누스로 변신할 수 있을까.

이주명 논설위원 c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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