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어 내년 초 증시에 상장하기로 결정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 지 24일 만이다.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를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이 회장의 입원을 계기로 그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그룹 소유경영권 이전을 서두르는 것이다. 이 회장이 다행히 병상에서 일어나 회복한다 해도 칠순을 넘은 고령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좋은가. 법률상 소유경영권 상속절차 이행 외에 그에 대한 사회적 승인이 필요하다. 기업은 사업허가ㆍ인력공급ㆍ금융제공ㆍ시장형성ㆍ정책지원ㆍ인프라 등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적 혜택을 받는다. 삼성 같은 대기업이면 더욱 그렇다. 이는 단지 도덕적 문제만이 아니다. 기업 자체 또는 그 소유관계에 대해 사회적 승인을 받지 못하면 두고두고 사회적 견제를 받는다. 사회적 책임성이 기업경영의 화두가 된 것도 그래서다.
삼성의 소유경영권 상속에 여론이 흔쾌하지 않은 것도 이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염가배정 사건이 대법원의 2009년 무죄판결로써 법률상 마무리됐다고 해서 사회적 논란까지 종결된 것은 아니다. CB를 이용한 이 부회장의 에버랜드 지배지분 확보 과정이 정당했는가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아직은 유보적이다. 그는 2001년 삼성전자에 상무보로 입사한 이래 13년간 경영수업을 받아왔다지만 뚜렷한 경영능력을 입증해 보인 적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해외에서는 삼성의 미래를 가늠하면서 주로 이 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고대로마 신화에 나오는 야누스의 두 얼굴은 선한 얼굴과 악한 얼굴이 아니다. 과거를 향한 얼굴과 미래를 향한 얼굴이다. 과거에서 미래로 가는 문을 지키는 신이어서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과 전향적 이행을 상징한다. 과연 삼성이 이번에 부정적 의미의 야누스이기를 중단하고 미래지향적 야누스로 변신할 수 있을까.
이주명 논설위원 c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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