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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회사를 대기업으로…'미망인 경영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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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60주년 맞은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
-국내 첫 여성 대기업 CEO…화학으로 체질변화·석유파동 위기 넘는 등 경영수완 발휘, 매출 5조 기업으로 키워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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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매출액 49억원의 비누회사에 불과했던 애경유지공업을 매출액 5조3000억원 규모의 대기업으로 키운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사진)은 우리나라 최초의 대기업 여성 최고 경영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9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애경그룹의 역사는 대기업 가운데 첫 미망인 경영 성공 사례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여성 최고 경영자가 고전하고 있어 장 회장의 성공신화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장 회장이 경영 일선에 뛰어든 건 지난 1972년. 남편이자 창업주 채몽인 사장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후다. 당시 나이는 36세였다. 그는 가장 먼저 수천명의 직원을 다독였다. 당시 국내 사회는 남녀차별이 심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미미했던 때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살림만 하던 주부가 기업의 대표로 나서니, 회사 직원들의 반발은 상당했다. 장 회장이 사장에 취임한 지 2개월 뒤 애경 사보에는 "새로운 사장님이 여사장님이라는 데 반문하는 사람이 많다"는 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그는 직원들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 판단했다.
미국 체스넛힐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한 장 회장은 가장 먼저 애경유지공업의 지표를 화학분야로 재정립해 대전공장을 준공하고 애경화학과 애경유화의 전신인 삼경화성을 설립했다. 과감한 투자는 주방세제 '트리오'의 판매액 증가로 이어지면서 경영 정상화도 자연스레 이뤄졌다.

장 회장의 성공은 솔선수범과 정직에 입각한 정도경영에서 나왔다는 평가다. 그는 경영전면에 서 있는 동안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 아침 출근 후 주요업무를 듣고 기업경영에 반영했다. 지난 1973년 1차 석유파동 당시 일화는 장 회장의 정도경영을 잘 반영한 사례다.

석유파동으로 직격탄을 맞은 삼경화성(1970년 설립한 무수프탈산 제조사, 현재의 애경유화)은 공장을 가동한 지 채 1년도 안 돼 원료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당시 장 사장은 한국에 파견돼 있던 걸프사의 미국인 사장을 직접 만나 물물교환 중개요청을 했다. "그런 일을 왜 우리에게 부탁하느냐"는 물음에 장 사장은 "삼경화성은 한국의 석유화학사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기업"이라며 " 한국의 석유화학사업이 발전해야 걸프사에도 이익이 될 게 아닌가?"라고 솔직하게 요구사항을 밝혔다. 결국 걸프사의 주선으로 원료를 차질 없이 공급받아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는 이례적으로 미국의 대기업(걸프사)이 당장 이득이 없는 일에 발 벗고 나서 준 첫 사례였다고 한다. 이때 큰 위기를 모면한 삼경화성은 연 매출 1조원을 넘는 현재의 애경유화가 됐다.
장 회장은 이후 애경유지를 모체로 생활ㆍ항공부문, 화학부문, 유통ㆍ부동산부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건실한 그룹을 일궜다. 지금은 경영전면에서 한발 물러나 있지만, 아들인 채형석 부회장과 사위인 안용찬 부회장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내 인생은 사업이라는 각오로 살아왔다"면서 "여자라서 남자보다 더 큰 희생을 각오해야 했으므로 내 인생에서 즐긴다는 표현은 찾기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애경 60년 역사를 돌이켜 보면, 뜻하지 않은 고난과 역경을 겪지 않았던 해가 없었던 것 같다"면서 "하지만 애경은 지난 60년간 한 단계 한 단계 쉼 없는 성장과 도약을 해왔다. 이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애경인의 저력과 프런티어 정신으로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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