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AD]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교육 바꿔라" 세월호 民心이 움직였다

최종수정 2014.06.05 11:19 기사입력 2014.06.05 11:17

댓글쓰기

자사고 사라지고 혁신학교·무상급식 확대…보수후보 난립으로 '반사이익'도 누려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대한민국 교육 현장에 '진보 교육감 시대'가 열렸다. 서울의 조희연 당선인을 비롯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3곳의 교육감 자리를 진보 성향 후보들이 휩쓸었다. 이 같은 진보교육감의 대거 등장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입시에 치중한 교육정책이 '생명과 안전'이라는 기본을 간과했다는 국민적 성찰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자율형사립고 서열화 등 과열된 경쟁보다는 협력교육에 무게가 실리길 바라는 공감대가 폭넓게 퍼져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진보 교육감들의 대거 등장으로 우리 교육 현장은 예전에 보지 못했던 거대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됐다. 한국 교육에 주어진 큰 기회이지만 만만치 않은 문제들도 도사리고 있다.

◆혁신학교·무상급식 확대…자사고 사실상 폐지

진보 교육감들의 정책 방향은 선거운동에 돌입하기 전인 지난달 19일 함께 발표한 공동공약에 집약돼 있다. 이들은 입시고통 해소, 공교육 정상화, 교육비리 척결 등을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특히 '혁신학교' 정책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진보 교육감이 탄생한 지역에선 문용린 서울교육감 등에 의해 '폐지' 위기에 처했던 혁신학교에 활기가 돌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귀족학교'라는 지적을 받아온 자율형사립고는 엄격한 평가를 통해 지정 해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희연 당선인의 경우 선거 기간 내내 '일반고 전성시대'와 '혁신학교 시즌2'를 구호로 내걸었다. 그는 혁신학교가 창의인성교육을 바탕으로 공교육을 살리는 중요한 실험이며 이를 모든 학교에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 당선인은 선거 출마 배경으로 혁신교육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크게 작용했을 만큼 김상곤 전 교육감이 도입한 혁신교육에 남다른 애착이 있다. 한편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입시명문교'로 전락한 자사고는 엄격한 평가를 거쳐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학교급식에 관해서도 진보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은 대동소이하다. 현재의 친환경 무상급식은 확대되며 친환경 농산물의 비율은 지금보다 높아지고 학교 급식의 공공성과 관리감독이 강화된다.

◆중앙정부와 교육현장과의 갈등 불가피

진보 교육감들의 정책은 학교 등 교육 현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와의 마찰도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자사고 존폐를 놓고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전국적으로 자사고 25개교에 대한 5년 단위 운영성과 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시·도교육감이 자사고를 5년마다 평가해 지정취소 또는 지정기간을 연장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령에 따른 조치다. 진보 교육감들은 자사고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려는 입장이어서 자사고에 우호적인 현 정부와 충돌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사 국정 교과서 전환을 놓고도 진보 교육감들과 중앙정부 간에 상당한 갈등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 왜 진보 교육을 지지했나

조희연 후보는 당선이 확실시된 후 "평소 주목받지 않던 교육감 선거에서 민주진보 후보가 광범위한 지지를 얻은 건 한국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퍼졌기 때문"이라며 "현재 같은 교육체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세월호 이후 요구되는 한국 교육의 변화 과제를 실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국적인 진보 교육감 돌풍은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입시에만 치중한 교육의 폐해에 대해 국민들이 의문을 품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전 국민의 트라우마로 각인된 '가만히 있으라'는 말로 대변되는 순응형 교육시스템에 자녀들이 고통받는 것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학부모들의 반성으로도 볼 수 있다.

보수 후보들의 철 지난 '색깔론'에 대한 염증과 '진흙탕 집안싸움'도 한몫했다. 일부 후보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좌파교육 안 된다' '전교조 명단공개' 등을 내걸었고, 같은 성향의 후보들끼리 서로 흠집을 내다 고소·고발까지 가는 모습에 표심은 싸늘히 식어갔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