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6ㆍ4 지방선거가 3일 앞으로 다가온 지난 1일 오전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홀로 피켓을 들고 서울 광화문 광장 앞에 섰다. 윤 사무총장은 '비장한' 표정으로 "도와 주세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었다. 윤 사무총장뿐만 아니라 이날 여당 지도부들이 전국 각지에서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세월호 정국으로 수세에 몰렸다고 생각하는 여당이 새로운 선거 전략으로 '읍소작전'을 펴고 나선 것인가.
어떻게든 선거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고 하는 정당의 생리를 생각할 때 이해가 갈법도 하다. 그러나 1인 시위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면 과연 집권여당이 택할 방법인지 의문스럽다. 1인 시위는 본래 사회적 약자나 집회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알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149석의 다수 의석을 가진 새누리당이 과연 이렇게 1인 시위를 해야 할 정도로 사회적 약자이며,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당의 기능, 정치의 역할을 희화화시키는 행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도와달라'는 하소연도 궁색하기 그지없다. 집권당이 국민들더러 자신을 도와달라고 하다니, 주객이 단단히 바뀌었다. 집권당은 국민들에게 손을 벌려 도움을 받을 이들이 아니라 반대로 국민들을 도와줘야 할 이들이다. 지금 도움이 필요한 것은 집권 여당이 아니라 세월호 참사 때 희생된 이들, 가족을 잃는 엄청난 고통을 당한 이들, 그들과 함께 큰 슬픔에 빠진 국민들이라는 것을 모르는가.
선거 판세가 불리하기만 하면 '약자'로 돌아가 동정심을 짜내는 것으로 표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나라 집권당의 수준이라면, 그거야말로 동정심이 일게 한다. 다만 그 동정심은 그 '가련한' 당보다도 그런 집권당을 가진 우리 국민들을 향해서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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