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도 경기의 일부'. 스포츠 경기에서 오랫동안 통용돼온 말이다. 판정에 잘못이 있더라도 그 자체가 경기를 구성하는 한 요소이니 웬만하면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판정에 지나친 항의는 심판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고, 선수나 코칭스태프도 눈 감고 넘어가는 경우가 적잖았다.
하지만 이 유서 깊은 명제는 심각한 오류를 담고 있다. 인간이 내리는 판단이 늘 정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심이라면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지만 '번복은 없다'는 근거 없는 전례를 앞세워 뭉개고 가기 일쑤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전제로 하는 스포츠에 '오심'이라는 '경기의 일부'가 끼어들었다. 그 결과 누군가는 혜택을, 또 다른 누군가는 피해를 봤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는 홈런에 대해서만 경기당 한 차례 비디오 판독을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이프와 아웃, 파울과 페어, 스윙 여부 등에는 비디오 판독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르면 올 후반기부터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단 '실행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이라는 단서조항을 붙였다. 당장 올해부터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속내다. 관련 요강과 규칙 등을 새롭게 정비해야 하고, 시설 구축에 들어갈 예산도 마련해야 한다. KBO는 국내 전 구장에 비디오 판독용 카메라를 설치하는 데 약 1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KBO가 연간 집행하는 예산은 약 200억원. 예산 마련을 위한 대안에도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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