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석윤의 라커룸]오심…'그럴 수도 있다'는 없다

판정 논의하는 프로야구 심판들[사진=아시아경제 DB]

판정 논의하는 프로야구 심판들[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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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도 경기의 일부'. 스포츠 경기에서 오랫동안 통용돼온 말이다. 판정에 잘못이 있더라도 그 자체가 경기를 구성하는 한 요소이니 웬만하면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판정에 지나친 항의는 심판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고, 선수나 코칭스태프도 눈 감고 넘어가는 경우가 적잖았다.

하지만 이 유서 깊은 명제는 심각한 오류를 담고 있다. 인간이 내리는 판단이 늘 정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오심이라면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지만 '번복은 없다'는 근거 없는 전례를 앞세워 뭉개고 가기 일쑤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전제로 하는 스포츠에 '오심'이라는 '경기의 일부'가 끼어들었다. 그 결과 누군가는 혜택을, 또 다른 누군가는 피해를 봤다. 올 시즌 프로야구를 보라. 오심 논란이 뜨겁다.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팬들은 수차례 실망했고, 심판들은 오명과 스트레스로 괴로워했다.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심판진 사이에서도 중론을 이룬다. 야구가 흐름의 경기라고 할 때 심판의 잘못된 판정 하나는 승부와 직결될 수 있다. 이제라도 심판도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 같아 다행이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는 홈런에 대해서만 경기당 한 차례 비디오 판독을 허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이프와 아웃, 파울과 페어, 스윙 여부 등에는 비디오 판독이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르면 올 후반기부터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단 '실행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이라는 단서조항을 붙였다. 당장 올해부터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속내다. 관련 요강과 규칙 등을 새롭게 정비해야 하고, 시설 구축에 들어갈 예산도 마련해야 한다. KBO는 국내 전 구장에 비디오 판독용 카메라를 설치하는 데 약 1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KBO가 연간 집행하는 예산은 약 200억원. 예산 마련을 위한 대안에도 고민이 필요하다. 오심이 경기의 일부라는 말은 시대착오적이다. 비디오 판독 도입은 규정 미비, 예산 부족이 아닌 의지의 문제다. 공정한 경기를 하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이고, 선수와 코칭스태프와 심판진의 상생을 위한 선택이다.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됐고, 이젠 속도를 붙일 때다. 오심 때문에 눈살을 찌푸릴 일이 이제는 없어야 한다.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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