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냐 삼촌' 고아성 "비극인줄 알았는데… 관객 웃음에 희극일 수도"
'바냐' 이서진·'소냐' 고아성 첫 연극무대
“바냐의 삶, 지금 우리 삶과 다르지 않아”
"모든 배우들이 연극 '바냐 삼촌'이 희극인지 비극인지 의견을 말한 적이 있다. 저는 비극이라 생각했고, 다수결 결과도 비극이었는데 공연 때 관객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어쩌면 희극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바냐 삼촌에서 바냐의 조카 '소냐' 역으로 출연 중인 배우 고아성은 13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바냐 삼촌은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 중 하나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했다. 희극인지 비극인지조차 쉽게 구분하기 어렵기에 체호프의 연극은 가장 현실적인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체호프를 셰익스피어보다 더 위대한 극작가로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주인공 바냐 역을 맡은 이서진은 실제 바냐의 삶과 자신의 삶이 많이 닮았다고 생각해 고전의 힘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대본 읽고 연습 시작하면서부터 바냐 삼촌에 나오는 인물들이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며 "100년이 훨씬 넘은 고전이지만 요즘 시대와도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이런 고전에서 현대극들도 만들어졌구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건 똑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가장 현실적인 우리 삶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배우에게는 연기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다가 이서진과 고아성 모두 연극 무대는 처음이다.
고아성은 "연극 중 체호프 작품이 가장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체호프의 작품에서는 극적인 사건이 없기 때문에 인물 간의 사소한 관계성이나 감정을 극대화해 표현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실제 공연을 하면서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서진은 그래서 연습 과정에서 토론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인생에서 이렇게 토론을 많이 해본 게 처음이다 싶을 정도로 많은 의견을 나눴다"며 "매일 연습하고 토론하고, 집에 가서 또 고민하면서 내가 연기에 이렇게 열정적이었을 때가 언제였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이어 "연극 무대가 처음이라 그 과정이 너무 힘든데, 그게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아성은 손상규 연출과 의견을 나누면서 소냐의 성격이 자신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졌다고도 했다. "소냐는 성숙하고 차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손상규 연출은 소냐가 더 활기찬 소녀이기를 바랐다. 안절부절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모습도 많이 보여달라고 했다. 그래서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분주하고 활력 넘치는 소녀가 됐다."
바냐는 소냐와 함께 평생 시골의 영지를 지키며 살아온 인물이다. 세상을 떠난 누이의 남편 세레브랴코프 교수가 영지를 팔겠다고 하자 이에 분노하고 허탈감을 느낀다. 소냐가 삼촌 바냐를 위로하며 끝나는 마지막 장면이 특히 유명하다. 소냐는 바냐에게 힘들어도 견디며 살아가자고, 우리를 불쌍하게 여긴 하느님의 곁에서 우리는 쉴 수 있을 것이라며 위로를 건넨다. 소냐의 위로는 체호프가 이 극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냐 삼촌의 연출가들이 특히 고심하는 대목이다.
LG아트센터 공연에서는 소냐가 차분하고 담담하게 위로를 건네고, 바냐가 조용히 흐느끼며 극이 마무리된다. 고아성은 BBC가 제작한 연극 바냐 삼촌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며 BBC 연극에서는 소냐가 바냐와 함께 오열한다고 말했다.
고아성은 LG아트센터 바냐 삼촌에서는 다정함이 강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작 희곡에서는 그렇게 따스한 느낌의 위로는 아닌데 손상규 연출이 약간의 다정함을 가미해 각색했다"며 "손상규 연출이 요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게 다정함이라고 말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하고 소냐가 바냐에게 전하는 다정함을 관객들도 많이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T 같은 이서진 선배님을 울릴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눈물을 보여주셔서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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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읊조리듯 한 소냐의 위로가 바냐에게 낯간지럽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이서진은 갱년기를 심하게 겪고 있다고 농담하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제 나이 정도 되면 오히려 젊은 사람들로부터 위로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위로를 받고 싶을 정도"라며 "소냐의 대사처럼 힘들고 괴로워도 결국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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