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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에 치이고 정부는 발목, 속터지는 임상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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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신약을 출시해 관심을 받고 있는 국내 중견제약회사 A사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임상시험에 난항을 겪었다. 비슷한 효능의 신약을 개발 중인 다국적 제약회사의 물량 공세에 밀려 임상시험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경쟁사가 병원에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하자 그쪽으로 환자가 몰린 것이다. A사는 경쟁사가 자신들보다 5배 이상 많은 자금을 임상시험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바람에 A사는 임상시험 대상을 찾느라 애를 먹었고, 당초 10년 정도 예상했던 개발 기간을 훌쩍 넘겨 20년 만에 가까스로 신약을 출시했다. A사 관계자는 "임상시험은 대상이 되는 사람의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에 병원을 통한 환자 모집이 매우 까다롭다"며 "특히 임상 시험 과정에서 다국적 제약회사의 물량 공세에 밀려 예정된 기한에 임상시험이 끝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2. 10년 이상 개발해 신약을 출시한 B사는 400억~500억원에 달하는 개발비용이 큰 부담이었다. B사의 10년치 영업이익에 달하는 개발비용을 투자했기 때문에 신약이 실패할 경우 막대한 재정적 손해를 감수해야 했던 것이다. 총 개발 비용 중 50% 이상을 임상시험에 쓸 정도로 임상에도 공을 들였다. B사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돈과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재정적으로 부담이기 때문에 세제혜택이나 지원 등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최근 동아에스티가 스티렌 임상시험 지연으로 600억원 이상의 급여환수 위기에 처하면서 국내 제약업체들의 열악한 임상시험 환경이 주목받고 있다.
신약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임상시험에 드는 노력과 비용은 증가하는데 정부 지원은 부족하고 규제도 심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어 동아에스티 위염치료제 스티렌의 급여 제한 및 환수를 결정했다. 건정심은 동아에스티가 스티렌의 위염 예방 효능을 입증하는 임상자료를 정해진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했다며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동아세스티 측은 "30억원 이상 소요된 대규모 임상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피험자 모집이 늦어져 임상이 지연됐을 뿐"이라며 "스티렌의 유용성이 입증된 상황에서 임상시험 결과가 조금 늦게 나왔다고 급여가 제외된 것은 납득할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국계에 치이고 정부는 발목, 속터지는 임상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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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임상시험은 1상부터 3상으로 나뉘며 전체 개발 기간 중 절반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중요한 절차다.
1상 임상시험은 소수의 건강한 지원자(20~80명)에게 투입해 인체 투요시 안전성을 검증하며, 2상은 소수의 환자(100~300명)를 대상으로 하되 단기적인 약효를, 3상은 2상보다 많은 2,3000명 단위의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적인 약효를 점검한다.

3상까지 거쳐야 식약처 허가를 받아 시중에서 판매될 수 있는데 이 과정이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걸린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통 임상시험 대상자 1명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게는 10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까지 필요하다"며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수백억의 자금이 들어 큰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건정심의 이번 결정에 대해 제약협회까지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런 현실을 간과했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사들이 실패 위험을 안고 신약개발을 위해 수백억을 투자해 신약을 개발하는 만큼 임상시험에 대한 정부 규제도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동아에스티가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지난해 이미 수차례 기한 연기 요청을 했음에도 받아들여주지 않고 원칙만 적용해 탁상행정이라는 비판도 쏟아진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국내 제약기업들은 다국적 제약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런 업계의 몸부림을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과도한 징계로 연구개발과 해외시장 진출에 투입돼야 할 제약기업의 종잣돈을 회수하는 일이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원보다 부담을 늘리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부터 임상시험에 부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기재부는 임상시험의 부가가치세 과세여부에 대한 국세청 질의를 받고 그동안 면세였던 임상시험이 과세대상에 해당되는 것으로 유권해석했다.

이에 따라 병원과 제약회사의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약사나 의료기관이 부가가치세를 낸다고 하더라도 공제를 받을 수 있어 세부담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약업계 관계자는 "공제를 받는다 해도 한계가 있다"며 "가뜩이나 임상시험을 비롯한 연구개발(R&D) 부담이 큰데 부가세 부담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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