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 멈췄던 재계, 조용히 내수 띄우기
정부 민생대책 이후 연기했던 마케팅·이벤트 재개
세월호 참사로 실종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와 추모분위기를 고려해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던 재계가 조용한 마케팅을 시작했다. 지난 주말 롯데백화점 행사장을 찾은 고객들이 다양한 브랜드의 행사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가 나서 내수 진작에 나서는 등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을 우려하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마케팅이나 이벤트 재개에 나서도 괜찮다는 판단에서다.
세월호 추모 분위기에만 마냥 빠져 있을 수 없고,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일상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 시점을 박 대통령의 민생대책회의 이후로 본 것이다. 다만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과 애도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마케팅을 재개키로 했다. 특히 대기업들은 실종자 수습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끌벅적한 마케팅에 나섰다가 유탄을 맞을 수 있어 재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추모 분위기 때문에 자제해왔던 이벤트를 이번 주부터 재개한다. 전 국민적인 애도 분위기속에서 백화점들이 이벤트 재개에 나선 것은 '소비는 심리'라는 점을 감안, 소비자 접점에 있는 백화점부터 이벤트에 나서 세월호 참사로 인한 내수경기 침체를 막자는 취지다.
롯데백화점은 150개 수입 브랜드가 참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명품 시즌오프 행사를 시작했다. 각 브랜드별로 정기 세일 행사 시기가 1~2주 가량 빨라졌고, 물량도 30% 이상 늘렸다. 또한 롯데백화점은 세월호 참사 이후 영플라자 등 매장에서 틀지 않았던 힙합ㆍ댄스 장르 음악 등을 12일부터 틀기로 했다. 다만 댄스경연대회, 노래자랑 등 각 점포별 떠들썩한 행사는 앞으로도 전시회나 체험활등 등의 이벤트로 대체하고 월드컵 마케팅이 시작되는 이달 말께 재개를 검토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도 주요 해외패션 브랜드의 봄여름 시즌상품을 정상가보다 최대 30% 싸게 파는 세일에 돌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이벤트를 자제해왔으나 대통령 주재의 긴급 민생대책회의 이후 이를 재개하기로 했다"며 "정부로서도 마냥 슬픔에 빠져 있을 경우 내수가 극심한 침체에 빠질 수 있어 국면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특급호텔도 중단했던 행사를 조심스럽게 재개키로 했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은 지난달 진행하려 했던 와인 이벤트 행사를 이달 24일 열기로 했고, 롯데호텔서울과 웨스틴조선호텔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행사와 이벤트 안내 문자 및 이메일 서비스를 재개했다.
강원도개발공사 알펜시아 리조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주무대 알펜시아 리조트의 최고급 숙박시설과 다양한 부대시설을 4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알펜시아 레저 패키지'를 출시했다. 리조트측은 세월호 사고 애도 기간을 감안, 이 상품의 출시를 보름 가량 늦춰 왔다.
소비자 접점 기업들이 조심스럽게 마케팅을 시작함에 따라 내수진작 차원의 마케팅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기업들은 실종자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이벤트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보고 준비작업만 한 채 재개 시기를 보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후원사지만 세월호 참사로 모든 월드컵 마케팅을 사실상 중단했다"며 "하지만 내수활성화 차원에서 요란스럽지 않은 월드컵 마케팅을 시작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 및 주류업계 등 여타 제조업체들도 월드컵 마케팅 시점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주류의 특성상 다양한 마케팅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월드컵 특수가 코앞으로 다가온 점을 감안, 광고재개 여부 및 시기에 대해 논의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오락문화, 음식숙박 부문의 소비지출이 3개월간 5% 줄 것으로 가정할 경우 민간소비와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보다 각각 0.3%포인트, 0.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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