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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세월호 참사 국면에 ‘관음증 낚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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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팬티 바람’ 이 선장, 당시 옆엔 필리핀 女가….” “세월호 선장, 속옷 차림 이유 알고 보니…구출 직전 필리핀女와 ‘충격’”….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언론에 실린 기사 제목이다. '관음증'을 한껏 자극한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목적은 분명하다. 한명이라도 더 인터넷 뉴스를 클릭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행동이다.
일부는 낚이고 만다. 낚이지 않은 이들도 궁금증은 남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러한 의문은 허탈한 결말로 이끌 뿐이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속옷 차림으로 구출된 것은 맞다. 필리핀 여가수도 구출된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사진: YTN 뉴스화면 캡처)

(사진: YTN 뉴스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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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결과를 보면 이준석 선장의 속옷 차림과 필리핀 여가수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필리핀 여가수가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자 이를 지켜본 어떤 승무원이 다른 승무원들이 모여 있던 조타실로 인도했고 그곳에 있던 이들과 함께 구출됐을 뿐이다.

게다가 필리핀 여가수 곁에는 필리핀 사람인 그의 남편이 있었다. 부부가 함께 구출됐다는 얘기다. “구출 직전 필리핀女와 ‘충격’”이라는 기사 제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실관계는 뒷전이고 일단 호기심만 자극하면 된다는 얘기인가.
‘관음증 낚시’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이다. 트래픽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언론사는 끊임없이 ‘관음증 낚시’의 유혹에 빠진다. 하지만 이해타산에 관심이 많더라도 때와 장소를 가리며 주판알을 튕겨야 한다.

[취재후기] 세월호 참사 국면에 ‘관음증 낚시’라니 원본보기 아이콘

세월호 참사로 나라가 시름에 잠겨 있다. 힘겹게 버티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은 마지막 남은 힘으로 그날 세월호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진실을 갈망하는 그들 앞에서 ‘관음증 낚시’ 보도라니, 정말 그러고 싶은가.

언론은 ‘관음증 낚시’를 시도하기 전에 내 아이가, 내 가족이 기사를 본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다른 사람의 가슴 찢어지는 슬픔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는 사람이 자신의 가족이라는 것을 알 때 얼마나 참담하겠는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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