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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역린' 인기, '현빈효과 ?'‥"'사극불패'는 한국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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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사극은 왜 흥행 불패인가 ?" '사극 전성시대'다. TV 드라마를 비롯, 영화, 연극 등 사극 장르의 인기는 시들 새가 없다. 최근 영화 '역린'은 "작품이 망가졌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극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역사 왜곡 논란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사극 불패 및 과제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 사극 전성시대, 하반기에도 '봇물' ='역린'은 지난달 30일 개봉,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를 누르고 1위로 출발한 이후 노동절인 1일 35만여명, 금요일인 2일 25만여명을 모으며 흥행몰이 중이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역린'은 석가탄신일인 6일 하루 동안 32만373명의 관객을 모아 일일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누적관객은 246만1638명이다.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기황후'의 경우 20%대의 시청률을 기록,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정도전'의 경우 독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소설, 연구서 등으로 옮겨 붙으며 '정도전 탐구'를 더욱 부추기는 양상이다. 출판과 역사 연구 등에도 새로운 자극제가 되고 있다.

영화에 있어서 지난해 '관상'에 이어 올해 충무로 영화의 한편을 사극이 점령하고 있다. 최근 개봉된 '역린'을 비롯, 7월 개봉 예정인 '명랑-회오리바다'에 이어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상의원', '협녀: 칼의 기억', '순수의 시대' 등이 줄줄이 개봉 예정이다.
영상 매체 외에 연극, 국악극, 뮤지컬 등에서도 사극이 인기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만큼 사극은 공연, 영상 분야에서 오래된 전통 장르에 속하면서도 콘텐츠가 풍부한 분야다. 연극의 경우 올해 대학로에서 가장 눈에 띠는 작품이 '운현궁에 노을 지다'로 현재 공연중이다. 이에 사극의 흥행을 심리적 위안, 현실 도피, 향수, 현실 문제 해결 등 다양한 이유로 설명되고 있다.

사극 인기와 관련, 이덕일 역사문제연구소장은 "역사속에서 교훈을 찾고 현재의 위기를 타파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다"며 "현실이 어려울수록 역사가 주는 교훈과 지침을 통해 미래를 위한 희망을 찾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연극 '운현궁에 노을 지다'의 한 장면.

연극 '운현궁에 노을 지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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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훈이냐 VS 재미냐 = 이같은 사극은 다른 장르 이상으로 변화무쌍하다. 정통사극에서부터 팩션(팩트+픽션)사극, 퓨전사극까지 다양한 장르가 판친다. 더불어 사극은 로맨스, 판타지, 탐정, 코믹, 액션 등과도 결합, 다양한 변종을 선보이고 있다. 주인공들도 왕과 왕비, 정치가, 장군 등 역사적 영웅에서 노비, 산적, 농민, 선비, 상인, 화가 등 예술인 등으로 범위가 커졌다. 내용 또한 정쟁과 권력 암투에서 민란, 신분 해방, 경제 및 예술활동 등으로 보폭을 넓히며 남성 중심의 관객층도 여성 및 청소년, 아동 등으로 확대됐다.

사극 불패신화에 대해 곽영진 영화평론가는 "사극은 현재와의 대화, 현실 투영 등 교훈적 의미를 담기 마련"이라면서 "우리 관객은 리얼리티에 대한 관심 못지 않게 오락적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시대의 풍속과 전통, 향수, 팩션을 통한 긴장 속에서 감동을 받으려는 복합적인 심리가 작용한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극 인기는 한국적 특수성에 있다. 지적 욕구와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우리 관객의 인문학적 배경이 사극을 생산케 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동력은 스토리에 대한 산업적 발상으로 이어져 역사 소재, 인물을 통한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를 만들게 한다. 여기서 현실 반영이라는 메시지와 영화의 완성도가 어떻게 결합할 것이냐하는 것은 문화예술계의 부단한 과제다."

◇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의 대립 = 사극 열풍이 불 때마다 역사 왜곡, 고증 논란도 여전하다. 이민호 문학평론가는 "서구의 문화콘텐츠는 신화를 모티브로 한 경우가 많은 반면 한국, 중국 등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스토리텔링 기법을 동원한 드라마작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때로 드라마적 상상력이 역사 왜곡으로 나타날 경우 역사문화에 대한 창작정신에 맞는 것인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사를 이야기 소재의 원형으로 한 스토리텔링을 즐기는 경향은 분명히 존재한다. 역사물이 트렌드를 이루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 특수성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역사가 다루지 않은 비주류의 생애와 역사적 관계, 현실에 기반한 상상력은 문학적 자산일 수 있다. 그러나 허구가 지나쳐 사실 관계를 왜곡하거나 스토리 라인의 답습 등은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수요가 많다고 마구잡이식으로 콘텐츠를 생산해서는 안 된다."

최근 사극의 경향은 콘텐츠로서의 '이야기산업'적인 측면이 강하다. 주로 팩션이 많은 배경이다. 또한 기존 인물의 성격이 변형되거나 다양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일례로 극단 '집현', '김태수레퍼토리', '극단 KOTTI' 등이 공동 제작한 '운현궁에 노을 지다'는 정통 사극을 따르면서도 등장인물의 심리적 내면상태에 더 충실하고 있다.

작품은 19세기 후반, 급격하는 정세속에 며느리에게 쫓겨난 흥선대원군은 격렬한 분노에 사로잡혀 있다. 여기에 정신 분열, 환각과 환상, 파란만장한 삶이 더해져 흥선의 내면 상태는 폭풍처럼 극단을 오간다. 기존의 흥선과는 판이한 성격이다.

이와 관련, 이상희 연출가는 "이 작품에서는 정치가의 영웅담이 아니라 권력욕에 사로잡힌 인물을 통해 흥선대원군을 보통사람으로 일반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과거 정통사극에서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거나 현실 위기를 타파해 가는 전형적인 영웅상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현대 사극에서는 갈등과 고뇌에 찬 인물이 중심을 이룬다"고 덧붙였다. 즉 사극 속 재창조된 인물을 통해 관객들은 현실 속 인간형을 투영해 보면서 다양한 계급, 계층에 대한 이해 등 교훈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사극은 갈수록 재미, 오락적 개념, 산업적 이해와 맞물려 스토리텔링 기법의 변주가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이 역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야하는 상황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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