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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기초연금 합의안을 반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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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일부의원과 시민단체가 기초연금 정부안에 반대한 이유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하위소득 70%에게 기초연금 10~20만원을 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기초연금법’은 2일 밤 11시10분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의원 195명 가운데 140명이 찬성했고 49명이 반대했으며 6명이 기권표를 던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법안 상정에 동의해주되 수정동의안을 제출해 이견을 표시하는 형식으로 사실상 법안 처리에 협조했음에도 표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수차례 의원총회를 열고 여야 원내대표간 절충안을 수용할지를 두고서 격론을 벌였다. 합의안 수용이 어려워지자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 하되 반대 입장을 밝히기 위해 수정동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7월부터 기초연금이 지급되지 않을 경우 노인층으로부터 강력한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을 우려한 당 지도부와 일부 지역구 의원들의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 역시 당내에서는 격렬한 논란에 부딪혔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연계하는 내용이 담긴 정부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일부 의원들 때문이었다.
법안처리 당일인 2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에서 기초연금법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었던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안철수 공동대표 등 일부 의원 제외)은 논리로, 눈물로 호소하며 법안 처리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가 본회의 상정에 동의함으로써 사실상 정부 여당안 표결을 용인하려 하자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법안 처리를 90일 지연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를 구성해서라도 이날 법안 처리를 막으려 했다. 안건조정위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21명의 복지위원 가운데 3분의 1인 7명이 필요했지만 이에 동조한 의원이 6명의 위원이라 실패했다. 급기야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선거에 지더라도 우리가 조금이라도 자존심이 있다면 이렇게 할 수는 없다”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의총이 끝나자 전격적으로 복지위가 개최되어 기초연금법은 처리됐다. 복지위 전체회의 개최의 부당함을 주장하던 이목희 의원에 따르면 복지위 전체회의는 오후 5시17분에 의원들에게 연락을 돌린 후 3분 뒤인 오후 5시20분에 개최됐다. 이목희 의원은 이같은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한 뒤 “군사쿠테타를 하듯이 법안을 처리하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비판한 뒤 퇴장했다. 법안 심사에 필요한 정족수가 부족함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 가운데 복지위 소속인 안철수 공동대표와 양승조 최고위원이 자리를 채워 정부 여당안 기초연금법 심사를 마칠 수 있게 했다. 이후 복지위와 법사위는 국회법에서 허용하는 규정을 총동원해 가장 빠른 의결절차를 본회의에 올라갔고, 당일날 표결처리 됐다. 법안 상임위 심사에서 본회의 처리까지 채 6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실 기초연금법 처리의 분수령은 이날 본회의장 표결이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소수정당이기는 하지만 법안상정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시민단체 등은 지난달 28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 자리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심지어 2일에는 정의당 의원들까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피켓 시위를 나서기도 했다.
야당 소속 복지위 위원들과 시민단체 등은 왜 이렇게 결사적으로 기초연금 법안처리를 반대했을까?

첫째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기초연금 정부안은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법안에 대한 찬반토론에서 정부안은 여야합의와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성주 의원은 기초연금법 찬반토론을 통해 “정부여당안은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복지위 전체회의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불참과 반대 속에 처리됐다”고 말했다. 또한 기초연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국민연금행복위원회에도 가입자 단체인 노조와 농민회가 탈회해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의원은 “합의가 안 된 법안을 하루만에 전격적으로 상정해서 이 늦은 밤에 다루게 된 것은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둘째 기초연금에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연계하는 정부안은 국민연금의 근간을 흔들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의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박원석 의원은 이날 찬반토론을 통해 “기초연금 지급액과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하면 공적 연금제도가 무너진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민연금을 오래 낼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받는다면 어느 누가 성실하게 국민연금을 납부하려 하겠냐”고 반문하며 “많은 수의 국민연금 미가입자가 국민연금 가입을 회피하게 되고 저소득 가입자는 국민연금을 이탈하게 될 것이다. 결국 공적연금에 대한 불신은 가중되서 결국 제도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주 의원 역시 “기초연금 도입 목적은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라며 “(기초연금에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연계함에 따라) 국민연금 제도를 흔드는 기초연금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고 개탄했다. 김성주 의원은 (정부안은) “노후 빈곤 완화에 도움도 주지 못하고 국민연금 제도만 흔들리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원하는 것은 국민연금을 흔드는 대신 금융자본세력에게 개인연금 시장을 열어주겠다는 것인지 대답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셋째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연계하는 내용의 기초연금법으로 인해 국민연금 개혁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점도 비판대상이다. 박원석 의원은 “현행 국민연금은 제대로 된 노후소득 보장 기능은 제대로 못하면서도 재정고갈에 대한 우려가 공론화되어 있다”며 “현세대 빈곤예방 뿐 아니라 후세대의 몫을 정하는 새로운 합의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에 연계할 경우 국민연금 개혁논의를 봉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쪽도 비슷한 문제제기를 그동안 해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국가재정 측면에서 기초연금보다 심각한 것은 국민연금 문제”라며 “국민연금은 반드시 개혁해야 하는데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깎았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이제 국민연금 개혁을 꺼내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오 공동위원장은 “결국 국민연금 폭탄이 미래로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넷째 매월 지급받는 기초연금 수급액이 물가에 의해 결정되는 방식(기초연금은 매년 물가에 의해 조정되고, 5년에 한 번 재조정 과정을 거친다)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정부 여당안을 사실상 물가에 연동안으로 보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국민들의 소득상승률에 낮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기초연금의 실질가치는 매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정부안은 사실상 물가변동률만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며 “물가인상률보다 평균소득인상률보다 낮은 특성상 시간이 갈수록 기초연금의 실질가치는 낮아지고 소득보장제도로서의 기능은 유명무실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역시 물가상승률에 의해 수급액이 결정되는 문제로 인해 “미래 저소득계층 노인들은 기초연금 전액을 수급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물가연동방식으로 인해 실질수령액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하락할 뿐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자 상당수가 수급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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