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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작가와 춤꾼의 '끝없는 도전'"…아시아 여성 뉴미디어아트展

최종수정 2014.05.04 15:41 기사입력 2014.05.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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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기-이애주, <굿-춤>, 퍼포먼스, 지난 29일 전시마당

김순기-이애주, <굿-춤>, 퍼포먼스, 지난 29일 전시마당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야외 전시마당. 지난 29일 햇살을 머금은 연둣빛 잔디가 깔려있는 사각형 무대 위에 승무 예능보유자 이애주씨의 춤판이 벌어졌다. 마당에는 스피커 두개만이 설치돼 있을 뿐이다. '침묵의 소리를 들어라'라는 이 퍼포먼스는 뉴미디어 작가 김순기와 이애주의 합동작품이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가 된 두 사람은 60대가 된 지금에도 늘 예술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잇는 작업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소리는 음악이 아니다. 바람 소리, 주위의 자동차 소리, 관람객의 발자국과 대화 소리가 섞여져 크지 않게 들릴 뿐이다. 김순기 작가는 "풀밭에서 아무것도 없이 소리만 들려온다. 오히려 들으려 애쓰지 말고 마음을 비우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그동안 장자와 같은 도가사상, 동양사상에 대해 심취해 연구하고 이를 미디어아트로 선보이고 자 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친구 이씨와 함께 "동양정신에 새로운 과학을 입히고 이를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해 토론한다"고 했다.

김 작가의 미디어작업은 197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프랑스 정부장학생으로 도불해 니스와 모나코 등 지역에서 설치, 비디오,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사진 등 일찍이 다양한 작업들을 펼쳐왔다. 존 케이지의 음악작업과 백남준의 퍼포먼스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부터 오는 7월 13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끝없는 도전' 전시에서 우리나라 대표 작가로 김순기 작가가 선정됐다. 뉴미디어 아트를 선도하는 아시아 여성작가 7인의 작품들이 선을 뵌 이번 전시에는 김 작가 외에 인도, 파키스탄, 대만, 인도네시아, 중국 작가가 참여했다.

김 작가는 야외마당의 퍼포먼스와 함께 1970년대 초반 프랑스 남부지방의 해변과 자연에서 풍선을 날리는 대형 퍼포먼스 작업을 영상으로 담아 보여주고 있다. '조형상황' 연작이다. 작가는 "당시 박물관, 화랑, 미술관, 대학까지 고정된 공간이나 건물에서 작품을 하는 것에 반대했었고 길거리에서 여러 작업을 했다"며 "1968년대 '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이 막 시작되던 때였고 남불에서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영상에는 작가 200여명이 함께 해변에서 토론하고 싸우기도 하고 야단법석 소리치고 떠들고 좋아하는 모습들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날리니 말라니 , <어머니-인도:고통의 구축에 관한 보고서>, 2005

날리니 말라니 , <어머니-인도:고통의 구축에 관한 보고서>, 2005


샤흐지아 시칸더 , <시차>, 2013

샤흐지아 시칸더 , <시차>, 2013


이번에 소개된 작가 중에는 인도 작가가 두명 있다. 이 중 한 명인 날리니 말라니(68) 작가는 인도와 유럽의 전통 사이에서 여성의 역할, 인도와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인종과 종교 분쟁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에 주목해 왔다. '모국-인도:고통의 구축에 관한 보고서'란 작품은 인도와 파키스탄 분리 분쟁의 희생자로 집단 강간을 당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성적, 신체적 폭력에 시달린 여성들의 참혹한 경험과 트라우마를 다룬 대작이다. 파키스탄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인 샤흐지아 시칸더(45) 역시 오랜 기간 대립해온 인도와 파키스탄의 역사를 힌두와 무슬림 전통의 도상을 이용해 풀어내고 있다. 작품 '시차'에서는 세밀화 전통과 애니메이션, 음악을 결합시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패권의 변화를 소재로 서로 다른 집단 간의 충돌을 표현했다.

또다른 인도 작가 쉴파 굽타(38)는 서울관 교육동 옥상에 'WMYEOAIUSRT' 이라는 알수 없는 문자의 작품을 설치했다. 조명이 들어오면 'MY EAST IS YOUR WEST'라는 문장으로 완성되는데, 작가는 "서구 중심적인 시각에 따라 '동양'으로 정의된 아시아에 대한 이야기이자 서로의 존재로 완성되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품을 설명한다.
차오 페이, &lt;RMB City: A Second Life City Planning&gt;, 2007

차오 페이, <RMB City: A Second Life City Planning>, 2007


이외에도 대만 작가 슈리 쳉(60)은 인터넷을 매개로 한 넷 아트(net art)를 통해 거대권력이 은폐려는 진실을 폭로하는 작품들을, 인도네시아의 여성작가인 틴틴 울리아(43)는 중국계 인도네시아인으로 자신이 겪었던 사회적 억압을 바탕으로 '세계화'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과 허상이라는 양면성을 표현한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 중 가장 어린 중국의 차오 페이(36)는 '황사', '위안화 도시'라는 영화와 영상을 통해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환경오염, 현대 중국을 상징하는 가상의 도시를 표현해 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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