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안팎 모두 '금연구역'…인근 산·주차장 골목 숨어서 흡연
'흡연족'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해부터 전국의 공중이용시설에서 금연구역이 전면 시행되면서 흡연가들이 마음 놓고 담배를 태울 장소가 줄어든 탓이다. 한 때 흡연실을 방불케했던 여의도공원 앞에 큰 길은 담배연기가 사라진 대신 오가는 사람이 뜸한 증권가 뒷골목은 흡연실로 변했다. 흡연족은 이래저래 고달프다. 상사의 눈을 피해 근무시간 틈틈이 건물 밖까지 나와야 하는 데다 행인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견뎌야 하는 탓이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조모씨(40)도 흡연을 참는다. 담배를 태우기 위해선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하는 데다 이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상사가 신경 쓰이는 탓이다. 회사에선 조씨가 흡연가인지조차 모른다. 조씨는 "하루 반갑 정도 태우는데 모두 퇴근 후에 몰아 태운다"면서 "회사에서도 금연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여서 드러내놓고 태우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비가 오면 더욱 작아지는 '애연가'= 흡연족은 비를 싫어한다. 그나마 날씨가 맑으면 건물 밖에서 담배를 태울 수 있지만 비가 내리면 흡연할 장소는 더욱 없다. 선물 투자사에 근무하는 윤모씨(38)는 "비가 오는 날이면 회사 건물 지하의 처마 밑에서 담배를 태운다"면서 "그마저도 사람이 많을 때는 우산 쓰고 나와서 태우는데 그럴 때가 제일 싫다"고 말했다. S병원에 근무하는 임모 팀장(51)은 담배를 태우기 위해 건물 인근 산으로 간다. 병원 건물 자체가 금연구역인 만큼 건물 주변에서도 흡연이 불가능하다. 또 다른 종합병원의 성 모 실장은 금연구역을 벗어나기 위해 20분이나 도보여행을 떠나야 한다.
◆금연구역 확대되도 금연 시도는 줄어 =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3년 지역건강통계'에 따르면 현재 남자 흡연율은 45.8%로 일년 전 46.4%에서 조금 줄었다. 하지만 한 달 안에 금연을 실천하겠다는 흡연자의 금연시도율은 2012년 6.1%에서 지난해 5.4%로 줄었다. 건물 10층의 사무실에서 엘레베이터를 타고 건물 밖으로 나와야하는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고 여전히 담배를 태운다는 것이다. 27년 동안 담배를 태웠다는 금융회사 직원 정모씨(47)는 "금연법이 시행된 이후 매일 담배를 태우러 (건물 밖으로)내려온다"면서 "이제는 일상이라 불편함을 못느낀다"고 말했다.
IFC몰 인근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이모씨(40)는 매일 근무 중 세 차례 흡연 여행을 떠난다. 사무실은 건물 19층. IFC몰 인근에 설치된 흡연구역까지 내려오는 데 5분 이상이 걸린다. 이씨는 한번 내려올 때마다 담배를 2대씩 태운다. 금연클리닉에 다닌다는 그는 "담배를 끊어야지 생각은 하는데 못 끊겠다"면서 "흡연구역까지 가는 것이 번거롭긴 하지만 그래도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담배값 인상도 애연가들의 흡연의지를 꺾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H증권의 윤모씨(38)는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에게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담배값이 저렴하다. 담배값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면 계속 태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