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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간지 9년, 사랑은 時·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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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천 시인, 아내 마틸다와의 러브스토리 담은 '연가곡 시집' 올 연말 발표

박제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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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지난 봄의 일은 모두 시름뿐 / 어둠 속으로 사라지던 그대 모습 / 해가 갈수록 더욱 흐릿해 / 오히려 눈을 감으면 보이려나 / 만나고 싶어라 / 그대 그리워 헤매는 쑥대밭이라 아니라 / 그 어디에 쓰러져 잠들어 버릴 것만 같네."(시 '눈 감으면 보이려나')

박제천 시인(69)이 아내를 생각하며 쓴 시집 '마틸다'의 첫 장을 장식하는 시이다. 2005년 6월, 시인 등단 4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를 끝내고 나흘 만에 투병 중이었던 부인이 세상을 떠났다. 내년이면 등단 5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시점에서 시인은 시집 '마틸다'를 내놓는다. "대학 때 같은 과 후배였던 아내와의 만남에서부터 이별까지" 총 60여편이 담겨있다.
"마음을 끊어도 끊어도 / 마틸다, 그대 다함이 없어요('이제 그대를 생각하지 않아요' 중에서)", "내가 꽃이 되면 꽃은 내가 되고 / 꽃이 구름이 되면 구름은 강물이 되듯 / 나는, 마틸다, 그대와 입맞춤을 통해 자연을 배웠어요('별이 빛나는 밤' 중에서) 등 시인과 마틸다의 러브스토리는 다시 한 편의 노래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현재 박제천 시인이 탈고한 '마틸다'는 작곡가 이근형이 곡 작업 중이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슈만의 '시인의 사랑'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연가곡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최근 서울 대학로 문학아카데미로 시인을 만나러 갔다. "방산시장에서 대학로로 이어지는 이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시인의 호는 '방산'이다. "그동안 시에 곡을 붙여서 만든 연가곡이나 연가곡집은 있었지만 처음부터 연가곡 시집을 낸 것은 처음이다. 김용범 한양대 교수의 제안을 받고, 올 초에 60여편의 시를 썼다. 아내의 죽음과 만남, 기쁨, 완성 이렇게 4부로 나눴는데, 연가곡에는 아무래도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니까 각 부마다 여는 글로 산문을 집어넣었다. 아내가 나한테 쓴 편지까지 인용했다. 시는 한자도 많이 들어가고 생략도 많지만, 이번에는 최대한 풀어서, 쉽게 썼다."

중학교 때부터 시 쓰기를 시작해 평생을 시에 바친 시인은 "지금까지 쓴 시만 1000여편이 넘는다"고 한다. 박제천 시인이 등단했을 때인 1960년대만 하더라도 현대문학의 3회 추천을 통과해야 등단할 수 있는 '시인 되기 어려운 시기'였다. 3회 추천의 벽을 넘지 못해 시인의 길을 포기한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그는 1965년 스무살의 나이에 첫 추천을 받고 이듬 해에 3회 추천을 받아 1년6개월 만에 등단했다. 꽤나 짧은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시인이 되기 위해서는 "재능 10%, 훈련 90%"라고 강조한다. "시를 가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만으로도 타고났다고 본다. 나머지는 훈련으로 다듬어진다. 시는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만드는 창조 작업이 아니니까."
생업으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도 20여년을 근무했지만 주로 출판, 자료 등 책과 관련한 일을 맡았다. "내가 가는 곳에 항상 책이 따라다녔다"는 그는 "평생 이 바닥에 있어서, 동창회에 가도 화제에 낄 수가 없다"고 웃으며 말한다. 등단 50주년을 앞두고 올 연말에는 연가곡 시집 '마틸다'가 나오고, 내년에는 2005년 전집에 담지 못했던 시들을 다시 엮어서 선보일 계획이다.

"요즘 사람들은 유행가와 시를 거의 같은 수준으로 생각한다. 시가 한글로 돼있기 때문에 무조건 이해될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피카소를 이해하려고 미술사를 공부하듯,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공부가 필요하다. 가령 일반 사람들은 미당 서정주의 '푸르른 날'을 많이들 알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꼽는 그의 대표작은 '동천'이다. 미당 시의 대중적인 것만 받아들이면 끝내 '동천'의 세계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우리가 문화와 예술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그것이 어떻게 이뤄지는 가를 알고 있어야 그 에센스(정수)를 맛볼 수 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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