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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도발적인 '역사' 수업…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최종수정 2014.03.28 12:26 기사입력 2014.03.2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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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연극계의 거장 앨런 베넷의 작품..'옥스브리지' 특별반 학생들의 이야기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명문대 입시반'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언뜻 보면 한국의 고등학교나 학원가 이야기같지만 이 작품은 1980년대 영국의 한 공립고등학교가 배경이다. 영국인들은 자국 내 최고의 명문대로 꼽히는 옥스퍼드와 캠브리지를 합쳐 '옥스브리지'라고 부른다. 그리고 여기 옥스브리지를 목표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8명의 엘리트 학생들이 있다. 이제 막 얼굴에 거뭇거뭇한 수염이 자나라기 시작한 10대의 소년들은 호기심 많고, 장난치기를 좋아하며, 때때로 반항도 하지만, 좋은 대학이 성공과 행복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을 일단은 믿고 볼 만큼 순진하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이 8명의 학생들과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이야기다. 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의 교장은 학생들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옥스브리지' 합격자 수와 학교의 능력이 비례한다고 보는 교장은 결국 학생들의 입시 지도를 도와줄 새로운 교사 '어윈(이명행)'을 영입한다. 역사를 가르치는 '어윈'은 젊고, 냉소적이며, 실용적이다. 좋은 성적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역사'를 비틀고 덧칠하고 뒤집어도 된다는 입장이다. 문학교사 '헥터(최용민)'는 새 교사의 가치관이 못마땅하다. 고전을 즐겨 인용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진리와 인생의 의미를 찾기를 바라는 '헥터'는 낭만적이고, 깨어있으며, 자유롭다.
정반대되는 세계관을 가진 헥터와 어윈 사이에서 학생들은 혼란스러워한다. 헥터는 영국 시인이자 비평가 알프레드 에드워드 하우스만의 말을 인용해 "모든 지식은 인간에게 유용하든 유용하지 않든 그 자체로 소중하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문학은 패배자들의 것"이라든가 "시에 나오는 건 대부분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고 항변하면서도 학생들은 어윈의 가르침을 받아 카프카와 사르트르, W.H. 오든 등을 자유롭게 인용하며 논다. 반면 어윈은 "종교개혁 직전 교육에 대한 답안지를 쓸 땐 예수의 음경 표피 같은 웃긴 농담을 먼저 던져라"는 등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요령과 기술을 학생들에게 알려준다.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흔히들 이 작품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와 견주는데, '히스토리 보이즈'는 헥터나 어윈, 둘 중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헥터는 학생들을 오토바이에 태워 다니며 성추행을 일삼는 문제 교사이고, 어윈 역시 학생과의 예상치 못한 관계 속에서 흔들린다. 김태형 연출가는 "헥터의 보편성, 어윈의 실용성은 서양사의 양쪽 측면을 대변한다. 작품 말미에 두 교사에게 일어난 사고는 반쪽주의 실용주의와 이미 죽어버린 보편주의를 상징한다. 학생들의 기대와 달리 '옥스브리지'를 졸업한 그 누구도 완벽한 삶을 살고 있지 않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가 배경이라고 하지만 작품 속에 등장한 방대한 역사와 문학, 철학 등 인문학적 지식은 결코 만만하게 볼 것들이 아니다. 특히 나치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에 대해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벌이는 토론은 작품을 떠나서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 연출진과 배우들이 작품에 인용된 인문학적 지식을 소화하기 위해 따로 공부를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대사의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교육은 교육의 적", "아이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건 선생님도 사람이라는 것", "받아서, 느껴보고, 넘겨주라"는 대목들은 우리의 교육현장에 적용해도 유효한 것들이다.
작가는 영국 연극계의 거장 앨런 베넷이다. 영국의 소도시 리즈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옥스퍼드 대학에 진학해 역사학을 전공하고, 다시 중세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학교에 남았던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2004년 영국에서 첫 선을 보였고, 2006년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토니상 6개 부분의 상을 휩쓸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동명의 영화도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노네임씨어터에 의해 초연됐다.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4월20일까지.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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