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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못 풀 규제'마저 풀라니…공무원 눈치싸움

최종수정 2014.03.25 11:21 기사입력 2014.03.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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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아, 제발 이건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해양수산부 소속 A사무관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난 몇년간 이해당사자들의 반대를 설득해가며 추진해온 제도가 규제개혁 도마 위에 오를까봐서다.

환경부 소속 B사무관은 환경규제를 둘러싼 다른 부처의 공세에 난색을 표했다. B사무관은 "무조건적인 규제격파 분위기가 걱정된다"며 "꼭 필요한 규제는 계속 만들어야하는데, 줄이라고 하니 다들 주위 눈치만 보고 있다"고 전했다.

범정부적인 규제개혁 움직임이 본격화되며 공무원들의 눈치싸움도 치열해지고 있다. 혹여나 자신의 담당업무가 '나쁜 규제'로 간주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공들여 추진해온 사업들도 벽에 부딪혔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비용총량제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다른 규제를 없애야만 한다. 담당 공무원들의 머릿속이 덧셈, 뺄셈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특히 이 같은 눈치싸움은 '규제=보호'의 특성이 뚜렷한 환경부, 해수부 등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부처간 힘겨루기 측면이 있는데다 국토교통부를 포함한 이들 부처는 전체 정부규제의 30% 이상을 차지해 이번 개혁의 핵심으로 꼽힌다.
불필요한 규제, 손톱 밑 가시를 빼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이유야 재차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기능을 다해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줘야만 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우려되는 부작용이다. 규제와 보호는 동전의 양면관계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의 옥석 가리기, 규제체계의 합리화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최근 항만 컨테이너 하역요금을 인가제로 전환하기로 한 해수부는 "끝장토론 직후 또 규제를 만들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해수부는 억울함을 호소한다. 인가제 전환은 출혈경쟁과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가 업계의 건의를 듣고 한시적으로 합의를 도출한 내용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설명이다.

무조건적인 규제철폐 분위기에 휩쓸려 꼭 필요한 규제마저 훼손되진 않을까. 관가의 우려를 공무원의 '밥통 지키기'로 볼 수만은 없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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