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우리 정부가 한미일 정상회담에 응한다고 하자 마자 일본이 우리가 정상회담에 응하기로 한 이유인 ‘새로운 진전’을 의심하게 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국장급 회의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아베 총리가 지난 14일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결정적 계기가 돼 박근혜 대통령이 한미일 3자 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한 것을 생각하면 결국 아베 정권이 3자 정상회담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자마자 고노담화 흔들기에 나선 것과 같다.
일각에서는 고노담화 흔들기가 일본 내 우익을 결집시키기 위한 ‘국내용’이며 하기우다 의원이 정부 인사가 아니며,그의 발언이 아베 총리의 발언을 뒤집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더라도 그의 발언은 한일 관계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정부는 21일 한미일 정상회담 수용 근거로 아베총리가 최초로 자신의 목소리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을 보인 점을 ‘새로운 진전’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베의 복심인 측근이 이런 진전을 근본부터 뒤흔든 것이다.
하기우다 의원의 발언으로 당장 영향을 받을 사안은 조만간 열기로 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국장급 협의다. 과연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위안부 피해보상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해온 반면, 우리 정부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반박해왔는데 일본이 여기서도 겉다르고 속다른 발언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과거와 달리 사죄하고 피해자 보상에 적극 나선다면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급물살을 타고 한일 관계도 해빙기에 도달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기존 발언을 되풀이한다면 외교측면에서 한일 관계는 빙하기를 맞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 인사가 아닌 의원의 발언을 아베 총리의 발언과 동격화해서 우리 스스로 아베 총리가 의회에서 한 발언을 무효화할 필요는 없다”면서 “국장급 협의에서 양국관계 실마리를 푼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