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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시선] 증세논쟁과 징세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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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만주키치, 피차로, 슈바인슈타이거, 뮐러, 괴체, 로벤, 리베리, 람 등 선수들이 쟁쟁하다. 이 팀의 선전은 단기적으로야 대중의 열기가 스포츠를 먹여 살리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 대단한 축구팀 바이에른 뮌헨의 구단주는 회네스(Hoeneß)다. 선수들은 물론 팬들에게도 회네스 없는 바이에른 뮌헨은 생각하기 어렵다.

그런 그에 대한 검찰수사가 상당히 오래 진행 중이고 이번 주에는 형사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판결은 오늘 내려질 예정이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그가 355만유로를 탈세했다고 했는데 법정에서 그 스스로 공소장에 적시된 액수보다 훨씬 많다고 자백을 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졌다. 어쨌든 이 유력인사에게 혐의를 둔 탈세액수를 원화로 환산하면 50억원 남짓에 불과한데(!) 검찰은 집요하게 수사하고있고, 사회적으로 상당한 물의가 빚어지고 있다. 독일의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와는 비교되지 않는데, 쩨쩨하지 않은가.
얼마 전 법적으로 독신인 프랑스 대통령 올랑드가 오랜 동거녀를 두고 다른 여자와 사귄다는 보도가 있었다. 스캔들에 빠진 대통령이 좌파이니, 우파로서는 물 만난 듯 신이 날만도 하다. 퍼스트 레이디는 그럼 누구냐는 질문만으로도 난처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좌파 정부에 대해 좋게 말한 적이 없는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당수 마린 르펜은 "국민의 세금을 축내지 않는 한 정치인도 자기 사생활을 보호 받을 권리가 있다"고 올랑드를 적극 옹호했다. 선진국 정치의 가치 판단 기준은 사생활이 아니라 세금이다.

강남의 어느 '한' 성형클리닉이 쌓아올린 턱뼈탑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이 엽기적인 사건을 보도한 타임지에 의하면 그 턱뼈탑에 든 턱뼈는 2000개가 넘고, 성형 업계에서는 이러한 수술의 비용이 한 번에 1000만원 이상 든다고 한다. 이에 대한 국가의 대응은 강남구청에서 의료폐기물 처리법위반으로 행정조치를 하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턱뼈탑만으로 이미 100억원 이상의 사업소득에 대해 자진신고를 했다고 보고 이에 대해 징세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이에 관해 아무 공적인 반응이 없다면 악착같이 뽕나무 위에 올라가 예수를 갈망하던 세리(稅吏) 삭개오의 후예들은 히포크라테스의 의붓 자식들에게 참으로 너그럽다 할 것이다.

현대국가는 조세국가이다. 조세국가라는 것은 국민이 조세를 통해 국가 활동에 필요한 재정을 부담함으로써 그 기반이 형성되는 국가를 말한다. 국가는 국민에게서 걷은 세금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조세국가의 이념은 곧 민주공화국의 출발점이다. 어떤 경제학자 표현대로 세금이 보건소고, 사회보장이고, 곧 도로이다. 세금 없이 국가는 없다. 여기가 증세 논쟁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증세니 감세니 통짜로 말하기 전에 우선 정해진대로 거둬야 한다. 후쿠야마를 인용하자면 징세 능력이 국가에 대한 평가의 척도이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더 걸으려 한다면 만만한 유리 지갑에 손이 갈 것이고 조세불평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증세보다는 탈세를 막아 세원을 확보하자는, 혹은 자금세탁을 근절하자는 시각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이것이 현 정권의 공약집에 들어있는 '지하경제 축소' '사업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지속적으로 이뤄지겠는가. 전직 국세청장이 툭하면 구속되는 마당에 갈 길은 멀다. 중동무이에 그친다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텐데 이 구호가 적힌 부분 근처에 그 떠들썩했던 경제민주화 공약도 있으니 그리 쉽게 믿어줄 수 없어 딱한 노릇이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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