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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시선]요즘 국회, 그리고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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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 참 시끄럽다. 송편으로 상대편 목이라도 딸 기세가 우스꽝스럽다. 서양 속담과 달리, 짖는 개는 때로 물기 때문에 짖는 의미가 있지만, 이쪽은 이빨도 없는 나팔 아닌가.

그런데 그 국회의원들이 모인 국회는 요즘 무엇을 하는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그저께(12월10일) 30여건의 법안을 벼락치기로 통과시켰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회기 중에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이유란다. 국민들 살게 하는(民生) 입법이 아니라 저희들 살자는 입법이다. 졸속입법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고, 졸속입법이라면 개악이라는 혐의를 벗을 수 없다. 법안의 건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데에서 위안을 찾을까? 어제 11일부터 임시회 시작했단다.
정치인의 이념과잉과 막말, 무능과 무책임은 정치혐오의 주요원인이다. 그러나 정치무관심은 정상배들이 노리는 바이니, 지켜보고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국회는 본래 입법기관이다. 입법을 함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관이고, 그러라고 존재하는 기관이다. 법안은 처리가 아니라 논의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준비하고 숙의하여 입법의 질을 높이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먼저 법안발의를 위한 준비단계를 보자. 새로 법을 제정하는 경우 새로운 콘셉트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의도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권한과 재정으로 충전된 여러 기구도 만들고, 전문 인력도 배양하자고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도 이미 상당히 세분화되었다. 구석구석에 제도가 자리를 잡고, 그 틀에서 기능을 하는 조직들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다. 심지어 법령이 이미 존재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묶어낼 것인가, 기존의 법령규정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전문 인력도 갑자기 생길 수 없다. 이미 영역마다 노하우가 쌓여 있다. 이를 무시하고 새로 시작한들 그 결과 역시 다를 바 없다. 기존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고양시켜야 한다. 역할과 동기가 주어지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큼의 기능을 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을 건너뛰고 새로 만들려 하면 무리가 따른다. 원래의 발상과는 동떨어진 짜깁기가 되기 십상이고, 밀어붙이려 하면 기존의 법현실과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러저러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지만 놓치기 쉽다. 특히 의원발의입법의 경우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입법을 위한 사전조사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법안발의과정에서 법률집행에 소요되는 행정비용까지 제시해야 하는 나라도 많다. 이런 의미에서 법안을 몇 건 제안했는가에 따라 의원을 평가하는 실적주의는 가당치 않다.
다음으로 논의과정이다. 법안은 주로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다룬다. 그러나 결정적인 사항들은 다시 소위원회를 구성해서 논의하는데, 문제는 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되고, 중요한 쟁점에 관해서는 실제로 공개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국정감사와 함께 정치적 흥정과 로비가 집중되는 길목이다. 정치개혁 내지 의회개혁을 하려면 반드시 짚어야 할 대목이다.

끝으로 법안의 일괄처리방식을 지적하고 싶다. 현대사회에서는 규율대상의 변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적시에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 연말에 입법에 대한 수요가 한꺼번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일괄처리를 계속하는 이유는, 아마도 수시로 의결을 하게 되면 정족수를 채우기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국회의원들, 알고 보면 바쁘다. 지역구관리가 바람직하지는 않으나, 여기까지는 이해한다다손 치자. 도대체 납득하기 어려운 겸직과 도를 넘은 취미생활은 무엇인가. 그렇게 바쁜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왜 하나? 좋으니까 하겠지만, 하게 놔두는 것이 문제이다. 몇 달 후면 지난 여름 통과된 국회의원 겸직금지법이 발효된다. 지켜볼 일이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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